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진시황이 죽자 권세를 가진 내시 조고가 호해를 왕으로 앉혔다. 그는 자신의 권세를 시험하기 위해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하니 아첨하는 자들이 말이라고 했다. 사슴을 사슴이라 한 자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모두 누명을 씌워 죽여 버렸다. 사슴을 사슴이라 하고 말을 말이라고 해야 나라가 바르게 설 수 있다. 말이 제 뜻대로 쓰여야 나라가 바로 선다. 공자는 이것을 정명(正名)이라 했다.

말은 그 시회를 재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말의 쓰임이 바르지 않는 사회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고 사회가 어지러워지면 사회 구성원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없다. ‘자기’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 자신을 뜻하는 명사이며, 앞에서 이미 말한 사람을 가리키는 3인칭 대명사로도 쓰인다. 그런데 연인들끼리 서로 자기라고 부른다. 3인칭을 2인칭으로 쓰고 있다. 말의 쓰임이 잘못되었다. 젊은 연인들이 어른들 앞에서 ‘자기야’ 라고 부르는 풍경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아빠’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의 애칭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이 쓰이게 된 것은 오래지 않다. 원래 아버지의 애칭은 ‘아배’였다. 아빠가 아배를 밀어내고 널리 쓰이게 되면서 본래의 뜻인 아버지의 애칭이라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식이 아버지를 아빠라고 하는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딸이 출가해서 자기의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고, 시아버지도 아빠라고 부르고, 유흥가의 여성이 늙은 단골손님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빠라는 말은 아버지, 남편, 시아버지, 늙은 연인 등의 의미로 확대되어 쓰인다. ‘아빠 안녕’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기에서 아빠는 늙은 연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심히 잘못되었다. 모든 부르는 말에는 애칭이 있다. 할아버지-할배, 할머니-할매, 아버지-아배, 어머니-어매, 아저씨-아재, 아주머니-아지매. 얼마나 고운 우리말인가. 요즘 아주머니들 사이에 새롭게 쓰이는 말이 있다. 자기의 남편을 가리킬 때 ‘우리 아저씨’라는 말을 쓰는 것을 가끔 들을 수 있다. 이것도 바르지 않다. 아저씨는 삼촌이나 남의 집 어른을 부르는 말이다.

요즘 많이 듣는 말 가운데 ‘종북(從北)’이라는 말이 있다. 북한을 따른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수사하던 검찰총장이이 물러났다. 수사팀장 검사도 물러났다. 국정원 선거 개입을 숨기려는 권력이 있다는 것을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새롭게 밝혀진 댓글 건수가 2,200만 건이 넘는다.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다. 천주교 정의평화사제단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그러자 이를 주도한 박창신 신부에게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박 신부님 종북 아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과 권력이 사용하는 종북이라는 말, 그 쓰임이 바르지 않다. 북한을 따르는 것이 종북일진대 그들은 권력에 반하는 것을 종북이라 한다.

종북의 상대편에 ‘종박’이 있다. 종박은 ‘친박연대’라는 정당에서 유래한다. 박근혜와 친한 정치인 모임이라는 뜻이다. 정당 이름 치고는 매우 독특하다. ‘종박’이라는 말은 쓰임이 바르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박근혜를 따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종박은 있지만 종북은 거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서 죽어가고 정치범 수용소가 가득한 북한을 따르는 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사슴을 사슴이라 하고 종북을 종북이라 해야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사회는 내일이 없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면 홍길동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