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자기의 운명을 지배하는 자유로운 자를 말한다 (마르크스)


복종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   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짐승들은 처음 만나면 서로의 눈빛을 바라본다. 눈을 먼저 내리 깔면 진다. 하지만 아무도 눈을 내려 깔지 않으면 서로 간에 힘을 겨룬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상대방이 먹이일 때는 다르다). 서로의 힘만 겨루면 싸움이 끝난다.
짐승들은 이런 '육체적 힘'으로 질서를 잡아간다.

인간 세계는 어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사회가 명시적, 묵시적으로 인정한 어떤 '힘'에 의해 서로 간의 서열이 정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힘'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승복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서열이 정해진다면 이렇게 이루어진 질서는 언제라도 전복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인간의 최고의 가치인 '자유'는 '복종'이 뒷받침될 때만이 고유한 빛을 발한다. 인간 간의 복종이 없는 자유는 허망하다.

인간은 홀로 행복할 수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해방된 개인의 자유로운 결사체(마르크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사회엔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서야 한다. 이 힘은 '권력 없는 사회(아나키즘)'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노자는 는 말했다. '太上, 下知有之. 태상, 하지유지. 최고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안다.'
그는 백성들이 전혀 지배와 권력을 느끼지 않는 지도자가 최고의 지도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이 남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하는지가 보일 것이다. 자연스레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이끌고 복종할 것이다.

원시 시절엔 누구나 이러한 '온전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너무나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