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풍경

 

티브이를 보다가 거슬리는 말이 들리면 매우 불편하다. 언어에는 그 사회가 반영된다. 역으로 언어가 사회의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언어가 바르지 못하면 사회도 바르지 못하다. 그래서 공자는 그 대상에 맞는 말을 써야 사회가 바르게 된다고 했다.(正名) 개를 개라하고 사람을 사람이라 해야 사회에 혼란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티브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이란 말이 있다. 인기 있는 연예인 몇이 농담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예능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사전에서는 예능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1.재주와 기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 2.연극, 영화, 음악, 미술 따위의 예술과 관련된 능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

 

오빠

언제부터인가 자기의 남자 친구를 오빠라고 한다. 결혼해서도 자기의 남편을 오빠라고 한다. 오빠는 여동생이 손위의 남자 형제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오빠를 오빠라 해야 하지만 남자친구를 오빠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오빠와는 혼인할 수 없는 게 우리사회의 규범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 어지러우면 인간관계도 바를 수가 없다. 홍길동이 들으면 그냥 있지 않을 일이다. 아비를 아비라 하고 형을 형이라 해야 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가 남용되고 있다. 말끝마다 시가 붙는다. 이는 주로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이 많이 쓰는 말이다. 병원에서 차례가 되면 아무개 님 들어가실게요, 계산대에서 만 원 되시겠습니다, 이런 말 자주 듣는다. 이는 업체를 운영하는 갑이 직원인 을에게 강요해서 생긴 언어의 풍경이다. 손님은 높여야 하겠지만 커피는 높일 필요가 없다. 우리 사회는 갑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의 남용은 갑질이 낳은 풍경이라서 더욱 씁쓸하다.

 

개를 보고 ‘얘’라 한다.

‘얘’는 인칭대명사다. 가까이 있는 아이를 이르는 말이다. 요즘 애완견을 기른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개를 가족과 같이 생각해서인지 ‘얘’ 또는 ‘우리 아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확산되면서 요리 프로그램에서 요리사가 음식재료를 가리키며 ‘얘라고 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 인칭대명사 ’얘‘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개를 시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은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부모는 돌보지 않으면서 개만 끔찍이 여겨 ’얘‘라고 하는 꼴은 감당하기 힘든 우리말의 풍경이다. 부모보다 개를 더 섬기는 사회는 분명히 가치가 전도된 사회다.

 

 

티브이에서 방송되는 언어는 어떤 언어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그럼에도 출연자의 언어사용에 개의치 않고 인기만 있으면 출연시키는 방송사의 태도는 옳지 않다. 시청율과 관계되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률 때문에 우리말의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공영방송은 우리말을 바르게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사명이 있다. 한흰샘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고 하셨다. 일본제국주의가 우리말과 글을 말살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말과 글을 지켜내신 한흰샘 선생이 오늘의 방송언어를 들으시면 어떻다 여기실까.

글/ 권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