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안동 말 가운데 ‘보-ㅁ 모-니껴?’라는 것이 있다.

‘보면 모릅니까?’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습관적으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안동 노인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누가 무엇을 물으면 대개 ‘보-ㅁ 모-니껴?’라고 대답한다.

 

요즘 텔레비전에 여자 리포터가 등장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주민과 인터뷰하는 장면에 대개 리포터가 등장한다. 행동과 말씨가 과장되고 애교가 지나치다. 그래서 거북함을 느낄 때가 많다. 가끔 들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묻는다.

“지금 뭐하세요?”

나는 이 리포터들에게 안동 노인의 말을 돌려주고 싶다.

“보-ㅁ 모-니껴?”

그리고 나의 졸시를 들려주고 싶다.

 

보면 모릅니까? 의 안동 말은

보-ㅁ 모-니껴?

보와 모를 강하게 발음한다.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이는 모른다, 의 안동 말은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아와 모를 강하게 발음한다.

따라해 볼래요?

보-ㅁ 모-니껴?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입으로 여러 말 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낫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몸에 밴 말투다.

농사철 땀 흘리며 일하는데

양복 입은 면장님이 찾아와서

올해 농사는 어떻습니까? 하면

보-ㅁ 모-니껴? 하고

선거철 높으신 분이 재래시장 찾아와서

요즘 장사 잘 됩니까? 해도

보-ㅁ 모-니껴? 한다.

지을수록 밑지는 농사짓는다고 업신여김 당하고

애면글면 해도 펴지지 않는 살림살이

우리네 기막힌 사정을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는 것이다. - 권서각의 시 ‘보-ㅁ 모-니껴?’

 

무심히 켠 텔레비전에서 안동의 어느 맛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가락국수로 이름난 시장의 허름한 맛집이다. 값도 싸고 맛이 좋아 손님이 만원이었다. 리포터가 예의 그 호들갑스런 말투로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가락국수 맛이 이렇게 좋은 비법이 무엇입니까?”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비법 없니더. 머리가 돌이래서 그래요. 이것밖에 할 줄 모르니더.”

 

참으로 우문현답이다. 모름지기 장인이란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 모든 것을 걸고 기어코 뜻을 이루어 그 분야에 일인자가 된 사람을 이른다. 오로지 가락국수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아주머니의 정성과 노력이 그 현명한 대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일에 왕도가 없듯이 명품을 만드는 데 비법은 없다.

 

서울에서 내려와 소백산에 사는 선배가 있다.

며칠 전 그를 찾아가 곡차를 나누었다. 올해가 소백산에 온지 36년이 되는 해란다. 일제 36년과 연수가 같다고 했다. 대개 자급자족하고 돈 쓸 일은 가을에 송이 몇 송이 캐서 해결한다. 산에 오래 살아서 산을 닮은 사람이다.

 

영화 ‘국제사장’에 흥남철수가 나온다.

그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빅토리아호를 타고 남하했다고 한다. 워낙 과묵한 분이라 만난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빅토리아호 이야기는 그날 첨 들었다. 그래서 술이 꽐라되도록 마시고 급기야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까지 불렀다.

 

그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기에 보았다.

리포터와 함께 산 중턱에 나란히 앉았다. 리포토가 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세요?”

그 특유의 더듬는 어법으로 대답했다.

“머, 머, 아무 생각 없지. 머.”

사람이 대자연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우문현답이다.

 

글 권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