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

 

대통령께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씀하셨다고 감격하신 분이 여럿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통일대박이란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제는 시사용어가 되어버렸다. 귀에 매우 거슬리는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대박이란 말은 청소년들이 장난스럽게 쓰는 말이며 국가 통치자의 말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통일이라는 어휘 속에는 우리 민족의 70년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통일대박이란 말 속에는 통일의 결과만 제시되었을 뿐 방법이나 내용이 없다. 그냥 느닷없는 통일대박만 있다. 방법이 없으면 실현불가능이기에 껍데기뿐이다. 불가능인 것을 가능인 것처럼 하는 말은 거짓이다.

 

통일대박이라고 말해 놓고 통일을 위한 정책은 아무것도 없다. 이명박 정권 때 내려진 5.24조치는 이직도 풀리지 않고 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북을 자극하는 성명을 내고 북은 온갖 험악한 말로 남을 공격하고 있다. 북이 가장 싫어하는 북을 비방하는 대북 풍선 날리기를 표현의 자유라며 용인하고 있다. 통일을 말하면서 실은 북과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고 있다. 남북교류의 조그만 희망인 개성공단마저 늘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는 동안 나진 선봉 지역에는 중국 자본이 들어와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고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지금까지의 권력은 통일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이다. 만약 통일을 위해 70년 동안 노력했다면 지금쯤 통일에 조금은 가까이 와 있어야 옳을 것이다. 광복70주년인데 우리는 아직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북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북은 3대 세습이라는 왕조시대의 유물이 아직 남아 있는 나라다. 틈만 나면 남을 향해 온갖 욕설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낸다. 남과 북은 공히 갈등을 고조시켜 국민을 통제함으로써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70년 동안에 10년은 통일에 대한 노력이 있긴 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그러했다. 이 시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세워지고, 끊어진 철로와 육로가 이어지고, 남북교류가 왕성하게 이루어졌다. 거의 통일 가까이 간 시기였다. 통일이 무엇인가. 남북의 왕래가 자유로운 것이 통일 아닌가. 이 시기를 지금의 권력자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잃어버린 10년에 그들은 무엇을 잃었던가? 그들의 권력이 그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권력이지 통일이 아니었다.

 

왜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인데 서로를 적대시하며 긴장관계를 지속하려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이 수수께끼는 우리의 역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역사학자들은 당파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국가의 존망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의 연원을 노론 벽파에서 찾고 있다. 노론벽파는 사도세자를 죽인 일을 옳다고 했던 세력이다. 이들은 자기 당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가 정조에 대항해서 온갖 정치적 술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도 노론벽파라고 한다. 이 권력이 친일파로 이어지고 이승만은 친일 청산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권력을 주었다. 해방이 되었지만 친일 권력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한 4.19가 일어났지만 군사독재자가 나타나 4.19를 무력화시켰다.

 

노론벽파, 친일파, 이승만 독재,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권력의 공통점은 나라보다는 개인과 당파의 권력을 위하는 데 있다. 부도덕한 권력이 우리 근대사의 주류를 형상해 오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근대사에 대한 인식 없이는 오늘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 근대사는 노론벽파, 친일파와 이승만 독재, 그리고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부도덕의 흐름을 형성했고 이 부도덕의 흐름이 한국근대사의 주류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부도덕한 주류는 친일을 미화하고 이승만과 군사독재를 찬양하는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한사코 주장한다. 역사를 왜곡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이 부도덕한 주류의 흐름을 민족, 민중, 민주가 주류가 되는 흐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우리의 다중은 오랜 부도덕의 주류에 길들여져 왔다. 우리 근대사의 모든 혁명은 부도덕한 세력에 의해 패배했다. 동학농민혁명도, 3.1운동도, 4.19. 혁명도, 5.18민주화 운동도 주류에 의해 좌절된 미완의 혁명이었다. 이런 패배의 역사 속에서 주류에 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민족 구성원 사이에 역병처럼 확산되었다. 그래서 주류는 옳고 비주류는 그르다는 그릇된 관념이 형성되었다. 그러기에 선거 때마다 부도덕한 세력에게 자기도 모르게 표를 던지는 어리석음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찍이 노무현이 말했듯이 우리 어버이들은 자식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제발 나서지 말라. 이제 우리 근대사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우리 민족 구성원과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부도덕의 흐름을 도덕의 흐름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야 한다. 부도덕한 권력에 항거했던 동학혁명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통일대박. 좋은 말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민족에게 대박인 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통일할 건대? 통일대박이라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은 사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남북의 화해와 교류 없이 통일대박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에서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분단체제가 지속되어야 부도덕한 기득권 세력은 자기들에 반하는 세력을 향해 종북과 좌빨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긴장되어야 권력에 반하는 민주세력을 국가보안법으로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들의 부도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