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여 만세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메르스 환자들이 자신의 행적을 숨기거나, "메르스를 퍼뜨리겠다"며 행패를 부리거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병원을 도망쳐 나갔다는 기사를 읽었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막장까지 가버렸을까?

공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시대 지도자들이 막장까지 가서 그렇다."

인간은 생명체니까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위해 먹어야 하고 자신을 위해 잠을 자야하고 자신을 위해 종족 번식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인간에게는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면서 생겨난 '본성'이다.

인간 사회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린다. 사랑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심성이다.

그래서 사랑이 없는 우리 사회는 무섭다.

앞으로 메르소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침투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결책은 '민주주의' 밖에 없다.  

한 개인 개인은 이기적이지만 함께 모여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게 되면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 나온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이다.

그렇게 모든 사회구성원의 마음을 모아가면 사람들 가슴에 사랑이 가득하게 된다. 어떤 위기가 와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가?'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의 내일이 두렵다.

하지만 긴 역사를 만들어가는 건 우리 민중들이다.

나는 막장까지 간 우리 보통 사람들을 믿는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많은 지혜를 배울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살 수 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사랑의 샘물이 한 방울 한 방울 솟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