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도르노)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 브레히트,「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중에서


‘아우슈비츠 감옥’을 다녀 온 사람이 말한다. 유태인들이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에 독일군이 말했대요.
“앞으로 여기서 살 거니까 샤워를 하세요. 가방에 이름을 써 놓으시고요. 나중에 찾아갈 수 있게요.”
이름이 쓰인 가방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단다.
 “사람들 머리카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머리카락으로 양탄자도 만들었다고 해요.”

아, 인간이 이렇게도 잔인해 질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은 철저히 ‘아우슈비츠 감옥’을 보존하고 있단다.

역사가 E. 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독일은 ‘아우슈비츠 감옥’을 그대로 보존하여 ‘아우슈비츠 감옥’을 낳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끊임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일제강점기’가 얼마나 보존되어 있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역사를 모른다고 한탄을 한다.  
‘3.1 운동’도 모르고 ‘8.15 해방’도 모른단다. 그래서 국사과목을 수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그들이 왜  ‘일제강점기’를 보존하자는 얘기는 하지 않나? 생생한 역사 현장을 보존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을 텐데.
경찰서 고문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때 고문한 일본, 조선 경찰들과 고문당한 독립 운동가들을 다 보여주면 될 텐데. 그러면 학생들이 그걸 보면서 우리 역사를 훤히 알 텐데.
그래서 요즘 ‘국사 교육 논쟁’을 보면 분노가 터진다. 정말 그들은 국사 교육을 하길 원하나? 아, 정말 원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국사 교육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 역사 교육’을 생각하면 분노가 터진다. 사마천은 ‘분노가 터져서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너무나 분노가 터져서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이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 이것밖에 없기에.    
  
현재 우리의 역사는 ‘과거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지 않는 역사’이기에 모든 것이 비틀어져 있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기울어져가는 우 리 역사를 보며 피울음을 토했을 것이다.  

그렇다. 공백이 된 역사. 그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무엇을 하라고 다그치는가?
인간은 한 개인이면서 동시에 ‘인류’이다. 한 인간 속에는 전체 인간의 마음이 함께 흐른다.

오늘은 내 마음 안에 흐르는 ‘인간의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너무나 비틀어져 버린 내 마음 안에 희미하게나마 흐르는 그 소리는 내게 무엇을 하라고 소리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