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가운데 딸이 아들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오랜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나라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비는 여아보다 남아 출생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딸이 아들보다 낫다는 말은 어쩌면 입에 발린 소리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사회의 정직하지 못한 일면과 만날 수 있다.

남녀의 출생률을 인공적으로 조절하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두면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가량이 저절로 맞추어진다고 한다. 여아에 비해 남아의 출생 숫자가 많은 것은 전쟁 등으로 요절하는 남자가 많으므로 성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전자의 활동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사회는 남녀가 균형 있게 짝을 짓고 살아가는 사회일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남자와 여자의 인구수가 균형을 이루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남녀 성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가 106명이 넘으면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사회에 재앙이 온다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이런 심각한 상황에 처한 나라가 중국, 인도,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대개 경제개발을 강조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우리사회도 이미 여성의 수가 부족하여 장가 못간 남성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신매매 성격을 띤 일부 비윤리적 결혼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우리의 남아선호사상은 뿌리가 깊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외세의 침입을 막는 일이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를 담당할 강한 힘을 가진 남성이 귀하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농경사회도 아니며, 무기의 발달로 전쟁에서도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남아선호사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 실제 말로도 남녀평등을 당연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는 남아선호 현상이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남아의 출산이 여아보다 많은 현상은 의학의 발달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임신초기에 CT촬영으로 남녀를 구분할 수 있어서 선택적으로 출산할 수 있다. 체외수정의 경우 남녀를 선택하여 임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의학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분명히 법이 금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여아보다 남아 출산이 많다는 것은 누군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이런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일어나는 나라는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국가이고, 그런 일을 하는 사회계층은 상류계층이라 한다. 이른바 선진국이나 후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아마 개발도상국 특유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저급한 문화 말이다.

외양상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대단한 나라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이 거의 돈으로 해결되는 나라다. 죄를 지어도 돈 있는 자에겐 관대하고 가난한 자엔 엄격하다. 정의가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남녀를 선택적으로 출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공자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無所禱也)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