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합 道연방국가론

                                                                                                                                     開山兩白 박희용

 

 통일 절대주의자들에게는 통일만이 살 길일지 모르지만, 일상에 바빠 통일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분단 상태 이대로 지내도 무방하다거나, 통일을 꼭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새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통일은 상대적 가치가 되어 왜소해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 여론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분단 상태에서 받는 피해가 워낙 크고 통일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난해하더라도 통일만큼은 다수를 설득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남북에 두 국가 체제가 존재하는 한에는 대립-경쟁이라는 소모적 긴장과 도발-전쟁이라는 파괴적 공포가 필연적으로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하여 많은 우국지사들이 여러 가지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남과 북 두 지역의 지도층들은 국민 다수의 여론을 바탕으로 한 통일정책을 세워 추진하기 보다는 현재 집권 세력의 기호와 이익에 부합되는 통일 방안만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남한 사람들이 이미 해방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조선 해방’ 이란 명분을 내걸고 군사력에 의한 통일을 선호하고 있으며, 남한 역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를 구하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북진통일, 햇볕정책, 흡수통일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일 방법론을 대별하면 평화적인 방법, 무력적인 방법, 붕괴-흡수의 방법 등 세 가지가 있다. 무력적인 방법은 이미 1950년에 사용하였는데 거기에 따른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을 이미 체험하였고, 다시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전쟁보다 훨씬 더 막대한 피해, 결국 민족의 절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에 이제는 남북이 서로 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저히 피할 수 없어 전쟁이 일어나 어느 한쪽이 승리한다고 해도 패자 못지않게 피해가 크고, 점령지에 대한 통치에 있어서도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패한 쪽 주민들은 앙앙불락하며 복수의 기회를 엿보다가 때가 되면 내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흡수통일론은 우익보수 세력의 대표인 이명박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경제가 더욱 곤궁해져 생활고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이 저항 하거나 대거 이탈함으로써 북한 체제가 내부 붕괴를 일으켜 남한 쪽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감나무 밑에서 홍시가 떨어지기 바라는 심정으로 집권 이후 5년 동안 대북 봉쇄-고립정책을 계속했다. 이러한 대북정책이 지속되다 보니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북한은 핵개발을 집요하게 추진하면서 대남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고 경제난과 식량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에 더욱 의지하게 되어 경제적 식민지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북한의 지배층들이 붕괴의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분단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다수인 주민들도 자기 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들에게 남한은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이고 북한이 조국인 것이다. 최악의 경우가 되더라도 인간 심리 근저에 가라앉아 있는 지역의식, 부족국가의식이 발동하여 자기들 국가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설혹 붕괴가 현실화 되어 남한에 흡수된다 해도, 3등 국민 대접을 받으며 기죽어 사는 것보단 김정은 세습권력을 대체한 새 권력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득권을 유지하며 살아가려고 할 것이다.

 사태가 돌변하여 북한이 붕괴하고 흡수가 이루어지면, 우익멸공 세력들이 세습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숙청을 집요하게 요구, 실행할 게 뻔하기 때문에 수많은 북한 지배층 인사들이 처형, 수형, 추방 될 것이다. 북한 인구가 약 2400만 인데 다 숙청할 순 없을 거고 골수분자만 척결, 처형한다 해도 족히 400만은 될 것이다. 가족까지 다 처형할 순 없을 터이니 남은 가족, 친척, 지인들의 가슴에 더 짙은 원한이 쌓이게 되어 북한 지역에 대한 통치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테러, 반란,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이 북한지역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길 뿐만 아니라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경제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붕괴-흡수를 용납할 리가 없다. 북한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면 구해주고 그 대가로 더 많은 이권을 챙길 것이다. 설혹 북한이 남한에 흡수된다 해도 기존의 권리를 주장하고 챙길 것이기 때문에 통일한국으로서는 매우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

 붕괴가 시작 되었을 때 가장 우려되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은 주변 강국들이 저마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군사력을 북한 지역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광업권의 확보 정도로 만족할 것이지만 미국은 북한 남부지역에 대한 지배권 확보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고, 중국은 북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 최소한 평안북도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과감하게 실행할 것이다. 자칫하면 한사군 같은 꼴이 날 수 있다. 특히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우라늄과 철광석에 대한 지분 다툼으로 강대국 간에 국지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흡수통일론은 전쟁이라는 수단만 피할 뿐 무력통일론과 차이점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흡수통일론은 성공된다 해도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은 하지하책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남은 방법은 오직 한 가지, 평화적인 통일 밖에 없다. 그런데 다수가 평화적 방법을 원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에서는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로는 연방제 방안이다. 2000년의 6 · 15 남북정상회담 정신에 따라 남한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지역 단위를 기준으로 하여 남한은 ‘국가연합형 연방제’, 북한은 ‘느슨한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10년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구보수 세력을 대표한 이병박정부의 대북 강경책 탓도 있지만 남북 모두에서 연방제에 의한 통일론은 사라지고 오히려 남북 대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대에 남북 둘 다 통일에 대한 진지한 협의보다는 정치적 명분론에 치중하면서 연방제를 논했기 때문에 연방제 통일론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전쟁을 치른 두 국가가 연방제를 논한다는 자체가 이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 두 지역을 근거로 한 연방제 안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많은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연방제에 대한 미련은 남북 모두 갖고 있다. 현재는 신냉전기이지만 2013년 남한에 평화통일 정책을 추구할 새 정권이 수립되면 다시 부각될 명제이다.

 둘째로는 남북 총선거론이다. 남한이야 오랜 기간 동안 민주주의 비밀선거를 많이 하였기에 익숙하지만, 오랫동안 노동당 추천의 단독후보에게 찬반하는 것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 총선거는 낯설고 거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북한 지역에서 자유로운 선거 운동이나 투표가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또 남한의 인구가 북한보다 두 배이기 때문에 북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수가 적고, 대통령도 남한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 쪽으로서는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혹여 북한이 이 안을  수용하여 남북 총선거가 실시되면 투표 현장에서는 남과 북 둘로 나뉘는 지역감정적인 요소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로는 한반도 영세중립론이 있다. 하지만 중립국임을 인정받기 위해 최소한 한 세기 동안은 마음 졸이며 주변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주변 국가들이 영세중립국 상태로 계속 놔둔다는 보장도 없다. 또한 강력한 군사력을 포기하게 됨으로서 천 년 만에 일으킨 우리 한민족의 에너지를 저상시킬 수 있다. 자칫하면 영세중립국보다는 영세약소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현실성과 미래성이 매우 낮다.

 끝으로 국가연합론, 즉 1국 2체제론이 있다. 이것도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로는 남한과 북한이 대외 형식상으로는 한 나라의 국호와 국기를 사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두 국가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방안, 둘째로는 기존의 국호, 국기, 국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올림픽이나 환경회의 같은 비정치적 국제행사 참여는 한 국호, 국기로 하는 방안, 셋째로는 내부적으로는 두 국가 체제를 유지하나 대외적으로는 한 국호, 국기를 들고 모든 분야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있다.

 남북 간에 국가연합론이 논의되기 위해선 상호 인정과 협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허용과 도움 없이는 시작되기가 어렵다.
성공한다 해도 완전한 통일로 가는 도정 중의 중간 기착지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통일이 되기까지 수십 년이 더 필요하다.

그래도 국가연합론이 남북 양쪽에서 수용할 수 있는 요소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이 안이 합의된다면, 그 다음부터의 통일 과정은 상호 인정과 협력 - 1국 2체제 국가연합단계 - 2개 국가 연방제 단계 - 총선거 - 1국가 1체제 완전한 통일의 단계를 거칠 것이다.

 무력적인 방법 불가, 연방제 난망, 총선거 난망, 영세중립론 미흡, 국가연합론 미숙이니 어떻게 하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하여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래도 국가연합 단계를 거친 연방제 방안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 남북이 근접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방제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엔 어렵다. 충격 완화 장치 없이 남북 두 지역의 정권과 체제가 큰 틀에서 한 국가가 되는 연방제로는 남북 간의 정치적, 심리적 거리가 본질적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충격을 완화하고 장애를 제거하는 방법을 내포한 새로운 개념의 연방제 방안이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로 ‘남북통합 道연방국가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 한국인에게 체질화 되어 있는 지연과 혈연 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기존의 연방제가 남북이라는 두 지역 정권을 근거로 했다면 이 방안은 조선시대의 8도와 현대의 서울, 평양을 합한 10개 道정부를 자치공화국으로 한 연방공화국 방안이다.

 남북통일은 정치적, 지리적 개념이지만 남북통합은 거기에 정서적, 심리적 개념을 보탠 것이다. 하지만 남북통일도 어려운 현실에서 남북통합이라는 말은 언어의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은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최선의 개념이다. 통합은 과거든 현재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역사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품을 수 있는 아량과 배려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역사를 폄훼하기보단 존중하고 편입시키는 넓은 역사관에서 출발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어떤 형태의 통일이든 이루어지되 후회 없는 통일, 긍정적인 통일이 되어야만 한다. 무력통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평화적 통일 방안들이 갖고 있는 결함과 위험 요인들이 무시된 채로 성급한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발생할 문제는 이전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후세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잘못된 통일, 부실 통일이라면 아예 가지 않는 것, 차라리 분단 유지가 더 나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도 한반도 분단 상태에서 얻는 이득보다 통일 상태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자각하여야 한다. 동북아가 계속해서 긴장과 대결의 상태로 있는 것보다 한반도가 통일됨으로써 동북아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져서 거대한 경제권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남과 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긍정적인 시각과 역할이 필요하다. G2로서 패권은 추구하되, 상대방을 굴복시키려 하지 말고 이 넓은 지구에서 각기 동양과 서양의 맹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집중하면 될 것이다. 인류의 선진문명을 리드하는 G2답게 세계평화와 우주개발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대립과 전쟁에 에너지를 투사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고 경제성이 높은 사업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인류 문명이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는지는 누구나 예측한다. 그러면서도 선뜻 동참하기 어려운 것은 폐쇄적인 국가 이기주의 때문이다. 그러나 폐쇄적 국가주의보다 개방적 세계주의가 인류 문명사 발전 단계로 보나 지구적 차원의 생존 면에서나 훨씬 이득이 많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 국가들도 평상심으로 회귀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강철 대국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하지도 못하는 나사 신세인 한반도의 남과 북. 나사 스스로 움직여 조임을 풀 순 없더라도 동북아 평화의 빛을 발산함으로써 두 강철 대국들이 나사를 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빛의 광원에서 니크롬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남북통합 道연방국가론’이 아닐까 한다. 구리선이나 철선, 나무나 종이는 발광, 발열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