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자?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칙무불치)

무릇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나서서 어떤 일을 도모하지 못 하게 한다.
억지로 하는 함이 없으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 노자,「도덕경」중에서


한 유명 과학자가 TV에 나와서 자연에서 배우자고 설파하고 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자연에서 배우자고? 그게 가능한가?

그는 실례로 흰개미들을 든다. 흰개미들은 지도자도 없이 설계도도 없이 멋진 건축물들을 만든단다.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여 10년 동안 연구를 한 결과, 흰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각기 알아서 하는 게 그 비결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회사에서도 ‘각자 알아서 하기’를 받아들이잔다. 이미 새로운 경영학 이론으로 많은 선진국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전에 어디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어느 종교 단체에서 수련회를 갔단다. 목적지에 가서 명상을 하고는 수련생들을 그냥 내버려두었단다. 그런데 그들은 그냥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식사 준비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더란다.

그럼 회사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게 그 과학자의 생각일 것이다. 정말 이렇게 하면 될까? 그 과학자는 진정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 종교 단체의 수련회는 어떤 이익을 창출하러 간 게 아니다. ‘각자의 정신적 가치’를 높이러 갔기에 각자 알아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고 그 돈을 나중에는 분배해야 한다. 어떻게 분배하지?
그런데 회사원들을 그냥 두면 알아서 자기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할까?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열심히 번 돈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어떻게 할까?

그럼 제대로 분배하면 되지 않느냐고? 우리나라 회사 구조가 제대로 분배하는 구조인가?
제대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회사원들이 알아서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경영기법이 나온다면? 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다.                

사람도 자연이다. 사람을 자연스럽게 하면 자연의 지혜들은 자연스레 나온다. 사람을 자연스럽게 두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의 지혜들을 도입하자는 발상은 어이없으면서도 무섭다.

이런 발상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자본가들의 생각이니까 말이다. 지식정보화사회가 되면서 기존의 노동자가 아닌 새로운 노동자가 필요해졌다. 스스로 자기계발을 하는 노동자. 그 과학자는 신자유주의 자본가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자 상’을 과학의 이름으로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