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감투


줄거리

한 나무꾼이 산에 갔다가 도깨비들을 만나 도깨비감투를 얻게 되었다. 그것을 쓰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감투를 쓰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번잡한 시장에서 지나가던 사람의 담뱃불에 감투에 구멍이 나게 된 그는 아내에게 감투를 기워 달라고 하였다. 아내는 빨간 헝겊을 받쳐서 기워 주었다. 또 다시 그는 도둑질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도둑을 맞은 사람들은 빨간 천 조각이 왔다 갔다 하면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빨간 천 조각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덮쳐 그를 붙잡고 흠씬 두들겨 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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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그리고 나, 이 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 파블로 네루다의 시 <시(詩)> 중에서


감투 없이 맨머리로 산다는 건 참으로 힘들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머리부터 보기 때문이다. 머리에 무엇을 썼는가를 보고 그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다.

감투는 곧 한 인간의 정체성이 되었다. 세상의 감투란 각자의 역할일 뿐인데, 우리는 감투(직업, 직책)를 신분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는 머리에 잘 맞지 않는 감투를 쓰려 한다. 그러니 우리 삶은 늘 버겁다. 머리가 무겁고 몸짓이 어색하다. 한평생이 뜬 구름처럼 흘러간다.

인생은 연극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쓰는 모든 감투는 배역일 뿐이다. 배우가 그 배역이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연극이 어떻게 되겠는가? 연극 전체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맡는 여러 역할도 그것이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 전체가 망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무꾼이 도깨비감투를 쓰고는 연극한다고 생각했다면 그의 인생은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도 있었을 테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도와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삶은 나날이 즐거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감투를 쓰고는 완전히 그 감투가 되어버렸다. 인간의 마음이 없는 감투가 무슨 짓을 못 하겠는가? 그는 패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들 삶이 어찌 이다지도 그 나무꾼을 닮았는가? 멀쩡하던 사람도 감투를 쓰고 나면 갑자기 얼굴 표정이 달라지고 행동거지가 달라진다. ‘그’는 간 곳이 없다.

감투를 쓰고서 그 감투역(役)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은 끝까지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자신을 마음껏 느끼며 살아야 한다. 뺨을 스쳐가는 바람, 흙을 밟는 즐거움, 온 몸을 감싸 안는 따스한 햇살, 지저귀는 새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 목소리...... 아이처럼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이 동심을 가슴 가득 품고 있으면 감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맡고 싶고, 맡을 수 있는 감투를 쓰고 유쾌하게 그 배역을 즐기면 된다.

우리는 이미 많은 감투를 쓰고 있다. 즐거운 연극 놀이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