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 장 루슬로의 시 <세월의 강물> 중에서


산에서 돌에 눌린 풀을 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을 걷어 내자 노랗게 견디고 있는 풀의 몸이 드러난다. 풀이 일어서려 몸을 꿈틀거린다. 언젠간 풀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다시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사람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노랗게 쓰러져 버리곤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어떨 땐 ‘없는 무게’를 느끼곤 쓰러지기도 한다. 사람에겐 ‘생각’이란 게 있어서 헛것을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풀은 자연스레 ‘진초사(盡草事)’를 한다. 그래서 풀은 대천명(待天命)하며 산다. 하지만 사람은 거의 진인사(盡人事)를 하지 못한다. 진인사(盡人事)를 해야 대천명(待天命)을 할 수 있는데, 진인사(盡人事)를 하기도 전에 노랗게 쓰러져 말라버린다.

진인사(盡人事)하여 대천명(待天命)하는 삶은 얼마나 찬란할까? 내 안의 모든 것이 깨어나는 느낌! 우주에 자신이 충만하게 존재하는 신비감!

나혜석은 “나는 실컷 살지 못했어!”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실컷 살지 못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