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이야기

 

권석창

 

 

우리 손자는 말이야, 귀찮아 죽겠어. 아직 학교에도 안 갔는데 자꾸 책을 사 달라네. 조그만 놈이 글을 알아 가지고 말이야. 나만 귀찮게 해. 이건 속 보이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귀엽기는 하다. 어떤 이의 말이나 행동이 겉과 속이 다를 때, 그 다른 점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때 우리는 ‘속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속 보이는 말을 들 때 혹은 속 보이는 행동을 접할 때 드는 이가 민망해지고 말 하는 이가 참으로 딱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어떤 국회의원이 자신의 청치 생명을 걸겠다며 한 말이 뉴스의 첫머리를 매일 장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할 때 비밀 회담을 했는데 그때 NNL(서해 북방한계선)을 다시는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가원수가 NNL을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영토를 적에게 내준다는 것과 같은 중대한 일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비밀 녹취록이 있으니 보면 알 것이 아니냐고 부르댄다.

겉으로 드러난 보도를 들으면, 노무현은 김정일에게 우리의 영토를 넘겨주려는 매국노이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문재인도 같은 매국노인데 어찌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뉴스가 날마다 텔레비전의 앞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이 발언을 한 국회의원의 생각과 텔레비전방송 책임자의 속내가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국회의원 주장대로 국정감사를 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아니다. 대통령관련 문서는 15년간 누구도 열람할 수 없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설령 열람을 한다고 해도 외교관례상 우리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의원도 이런 것을 알고 있다. 여기서 그의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로 돌아가 보자. 사실 NNL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남북의 충돌이 가장 잦은 곳이었다. 노무현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휴전선은 법적으로 북한과 미군이 휴정협정에서 체결한 경계선이 맞지만, NNL은 미군이 작전 금지구역으로 남한군이 올라가지 못하게 설정한 선이다, 이것을 국경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 헌법에는 북한도 우리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충격적인 발언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노무현 발언을 다시 끄집어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노무현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NNL지역을 남북이 함께 고기를 잡을 수 있는 평화어업지역으로 만들어 남북의 이익도 도모하고 상호 충돌을 피하고자 했다. 그리고 개성공단과 해주 지역에 우리배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이것이 노무현의 생각이었다. 사실 노무현의 뜻대로 되었다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은 연평도 지역의 충돌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연평도 주민은 NNL지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고기를 잡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한다. 우리 어민은 고기도 잡지 못하고 군사적 긴장으로 불안에 떨기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다시 노무현 발언을 다시 문제 삼는 그들의 속은 무엇일까? 우리사회에는 북한 말만 들어도 펄펄 뛰는 사람들이 지배적으로 많다. 북한이니 남북화해니 하는 말만 하면 빨갱이로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다. 그것이 모두 표로 연결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선거 때마다 간첩이 잡히고 북풍이 불고 총풍이 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속내를 들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