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술을 퍼마시다가 그녀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강에서 올라온 그녀는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길 잃은 인어였다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위로 욕설이 흘렀다
음란한 짓거리가 그녀의 황금 젖가슴을 뒤덮었다
.............................중략..............................
그녀는 갑자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강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깨끗해져
빗속의 하얀 돌처럼 빛났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헤엄쳤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해 죽음을 향해 헤엄쳐갔다.

                                          - 네루다,「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그녀는 꿈이 의사였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갑작스런 사촌동생의 죽음을 보고 나중에 커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갔지만 선생님들과의 마찰이 심해 학교 성적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엇나가는 행동을 하게 되고 급기야는 가출을 하게 되었단다.
대학에 진학도 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 부모님의 강요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지만 사는 게 너무나 허망해 술을 가까이 하게 되었단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성당에 다니는 고향 친구를 만나 세례를 받고 천주고 신자가 되었단다. 드디어 평안을 찾게 되었단다.

짧은 몇 줄의 글로 요약되는 한 여인의 30여년의 삶. 과연 그녀는 정말 평안을 찾게 되었을까? 그녀가 찾았다고 생각하는 평안은 거짓이다. 절대신 주 하느님의 품 안에 안겼다는 자기 최면에 의해 잠시 평안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 것뿐이다.              
어느 날 문득 최면에서 깨어난 그녀는 풀 한포기 없는 황야에 저 혼자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모시는 주님은 그동안 자신이 의존했던 술을 대신 한 것뿐이다. 술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을 때 그녀는 모든 것을 잊은 채 아기가 되어 엄마 품에 포근히 안길 수 있었을 것이다. 술에서 깨어났을 때의 허무감을 견딜 수 없어 주님 품에 안겼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주님 품에 안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님 품안도 조만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녀가 의사가 되겠다는 원을 세운 것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원시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그 증거가 자신들이 사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나무였다. 나무는 땅 속과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거룩한 존재였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 우주에서 자신이 가장 존귀하다는 것을 깨달은 석가도 나무 아래서 도를 깨쳤다.
그녀가 의사가 되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겠다는 거룩한 원을 세운 것은 이 땅에 나무 한 그루의 씨앗이 심어진 순간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우주의 마음이 섬광처럼 나타난 순간이었다.
그녀는 이 씨앗을 계속 키워갔어야 했다. 자신 속에 있는(느낀) 한 줄기 우주의  마음을 꾸준히 키워갔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가정, 학교, 사회가 어디 그런 꿈을 키워주나? 아이가 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그래, 돈 잘 버는 직업을 선택 했군.’ 하지 한 어린 영혼이 사랑을 꿈꾸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어른들이 있나?
그렇게 하여 그녀의 거룩한 꿈은 우리 사회의 속물적인 분위기 속에 흡수되어 버리고 그녀는 꿈 없이 살게 되었다. 꿈 없는 몸뚱이는 ‘아기’를 원할 뿐이다. 아기는 어른이 되어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하기보다는 엄마 품에서 젖을 실컷 먹고 새근새근 잠만 자고 싶을 뿐이다.
술이 그녀에게 아기가 되게 했고 이제는 주님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절대신 주 하느님은 영적인 존재가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철모르는 아기가 되어서는 만날 수 없다.

그녀는 이제 모든 술을 끊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나무 한 그루의 씨앗을 심은 그 순간으로. 아직 씨앗은 흙 속에 깊숙이 파묻힌 채 깊은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흙을 북돋워주고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조만간 씨앗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싹을 틔우고 잎을 내밀 것이다.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팔을 뻗고 무럭무럭 키를 키워갈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기적처럼 하늘에 계시는 주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비로소 그녀에게 깊은 평안이 찾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