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문제다

 

권서각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검찰개혁, 어떤 이는 양극화문제, 어떤 이는 경제민주화, 어떤 이는 청년실업 문제를 말하지만 이 모든 것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언론문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민중의 뜻이 정치에 반영되는 정치제도이고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언론의 공정성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고 그 뜻이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한마디로 부끄럽다. 조중동을 비롯한 종이신문과 공중파 3사와 종편 텔레비전은 모두 재벌과 정권의 편에서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일삼고 있다.

공영방송인 MBC의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170여일이 넘는 파업을 했다. 여야국회의원들이 MBC정상화에 합의한 뒤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파업을 했던 기자와 피디들은 징계를 받거나 한직으로 쫓겨 갔다. 요리실습을 하거나 드라마 세트장에서 일한다고 한다. 비리가 드러난 김재철 사장은 유임되었다. MBC를 편파방송의 대명사로 만든 사람이 재신임을 받아 유임된 것이다. MBC가 권력에 장악된 결과다. 뉴스라면 자동으로 9시 MBC뉴스데스크를 보던 사람들이 뉴스데스크를 외면하게 되고 시청률이 떨어지자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겼다. 사람들은 이를 MBC8뉴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김용진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쌍용차 관련 희생자가 열 명을 넘어서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2011년 1월부터 22번째의 희생자가 나온 2012년 4월까지 우리 언론의 보도를 보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78건, 75건을 보도했을 뿐 <동아일보> 1건, <조선일보>가 2건, <중알일보>가 2건, KBS와 MBC가 2건, SBS가 1건을 보도했다. 그것도 희생자들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재벌과 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은 종이신문 2개 정도가 고작이라 할 수 있다. 이 2개 신문에 근무하는 기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문사는 대부분의 수입을 광고에 의존하는데 재벌과 권력을 비판하는 신문에 광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부도덕의 대명사인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오랜 권력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신문과 방송사를 소유한 언론 재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예로 오바마가 재선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언론이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사실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4.19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신문이 사실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론이 사실보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나 오랜 세월 왜곡보도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기관원이 언론사에 상주하며 사전 검열을 했다. 지금 사전검열은 없다. 그 대신 권력이나 재벌이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언론 스스로 복종하게 만든다. 언론사의 사주가 자체검열을 통하여 스스로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게 한다. 이쯤 되면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보도를 통해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일진대 이들은 언론권력을 통해 자신의 지위나 이득을 충족시키고 있다.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일과 다름이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