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껄떡전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뻐꾸기들이 자주 가는 저렴한 대폿집에서였다. 지인의 지인이 다시 지인이 되고 친구의 친구가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다. 친구를 만나러 대폿집에 갔다가 친구의 친구인 그의 일행과 조우하게 되었다. 그날 그 대폿집에는 나의 친구가 반쯤 되고 친구의 친구와 지인의 지인이 반쯤 되었다. 그러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이 반쯤 된다는 이야기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이 들어 보이는 중년의 사내와 인사를 나누었다.

“첨 뵙겠습니다. 권쥐뿔이라 합니다.”

“저는 조껄떡이라 합니다.”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 제가 좀 껄떡거리는 편입니다.”

“그러시군요. 저는 쥐뿔도 없는 놈이라고 쥐뿔입니다.”

그는 빨간 잇몸을 드러내며 낄낄 웃었다.

이런 인사의 관경을 지켜본 사람들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묻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건들이 만났군, 하는 표정이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반듯한 생활인들과의 만남보다 많은 편이라서 이름이 조껄덕이라는 소개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을 수 있었다. 직장인들과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개 직장생활에서 일어난 잡다한 인간관관계와 승진에 대한 것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돈 버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이야기는 사실 사람살이를 더 피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조껄떡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게 물건은 물건이구나. 10여명이 넘는 사람이 술상을 가운데로 하고 둘러앉아서 술판을 벌였다. 아는 사람과 처음 만난 사람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다지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두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도자기를 빚거나 음악을 하거나 나름대로 끼를 지닌 사람들이었고 서로의 개성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마치 오래 만난 사이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그런데 조껄떡은 좌중에서 미모가 비교적 두드러지는 한 여성에게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의 눈은 초승달처럼 웃음을 머금고 있었으며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의 이름이 왜 조껄떡인지 느낌이 왔다. 껄떡의 시선을 의식한 여성이 껄떡에게 한 마디 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껄떡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오늘밤 그대를 생각하며 용두질을 해도 될까요?”

그녀도 보통이 아니었다.

“네에. 당신 좋으실 대로 하세요.”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껄떡도 흡족하게 입을 벌려 아이처럼 웃었다. 비로소 조껄떡이 왜 껄떡인지 분명해졌다. 그는 그냥 껄떡대기만 할 뿐 실속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껄떡댐이 오히려 순수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후로 그와 가까워져서 그에 대한 많은 껄떡댐의 이력을 듣게 되었다.

그는 가난한 화가였다. 그것도 여자의 몸만 그리는 누드 화가였다. 여자의 벗은 몸을 그린 그림을 전시해 놓으니 그걸 사서 자기 집에 걸어둘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중년이 넘도록 벗은 여자만 그렸다. 여자를 사랑하는 그의 열정이 대개 이러하였다.

그는 어떤 여자든 여자만 보면 껄떡거렸다. 미인이든 아니든 심지어 할머니까지 다만 여자라는 이유로 숭배하고 좋아하고 껄떡거렸다. 그의 껄떡거림은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그의 수입은 보잘것없지만 그의 아내가 직장에 나가서 근근이 생활은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아내는 불만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그는 그의 아내도 여성이기에 숭배해 마지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아내는 그가 뭇 여성에 대해 껄떡거리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자기만을 사랑하는 줄 굳게 믿었다.

여자를 마음껏 그리고 싶지만 모델을 구할 돈이 없었다. 깊은 밤 전전반측하며 궁리를 한 끝에 드디어 그는 묘한 생각을 했다. 마침 아내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무릅쓰고 그의 아내의 가방을 뒤져 몰래 신용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들고 그는 성매매업소를 찾았다. 주인을 만나 그곳에 며칠 묵을 방을 정하고 화대를 포함한 대금을 카드로 선불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카드를 손상 없이 아내의 가방에 넣었다. 사마천이 살아 있다면 그는 화대를 아내의 카드로 결제한 최초의 남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튿날부터 그는 신바람이 났다. 그가 숭배하는 여성들을 그것도 많은 수효의 여성들을 마음껏 볼 수도 있고 그릴 수도 있으니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그의 태도가 너무나 공손하고 어질어서 착한 여자들은 그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몸을 제공하기도 했다. 꿈과 같은 며칠이 흘러갔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좁은 방에서 그린 그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그의 몰골은 피골이 상접하여 거의 반쪽이 되었다. 그는 며칠을 죽음과 같이 깊은 잠에 빠졌다.

그의 아내가 온갖 보양식으로 구완하여 그는 며칠 만에 사람의 몰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수습되자 그는 전화를 걸어 나와 여행을 할 것을 제안했다. 서해안의 해 지는 풍경을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해 지는 풍경이란 말에 마음이 끌려 나는 그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버스를 타기도 하고 기차를 타기도 하며 우리는 느긋한 여행을 즐겼다. 낮에는 이것저것 보러 다니고 저녁에는 허름한 대폿집에 들려 취하고 취하면 허름한 여관방에서 잠을 잤다.

사내치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내는, 아마 내시 빼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수컷이기에 나름대로 멋을 내는 편이다. 암탉보다 수탉이 꼬리와 볏이 화려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아니다. 그럴 형편도 되지 못한다. 그냥 머리를 조금 길게 기르고 얼굴에 약간 우수를 띤다. 행동은 예의 바르고 목소리는 중저음의 울림소리를 낸다. 대개 여자들은 그런 남자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조껄떡은 다른 점이 많다.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속으로만 그러고 만다. 복잡한 인간관계 맺기를 싫어한다. 다만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는 것만으로 끝이다. 그러나 조껄떡은 적극적으로 껄떡거리고 여자를 취하기도 한다. 여자에 대하여 공통점이 있다면 그나 나나 실속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용두질의 귀재이기도 하고 또한 용두질 예찬론자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도 그녀가 허락하지 않으면 깨끗이 돌아선다. 세상에서 가장 숭배하는 여성에게 그녀가 싫어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껄떡거리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 용두질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그걸 비루하다 여기지 않고 거룩하다 여긴다. 그가 용두질을 할 때 놓친 열차에 탄 그녀를 상상하며 그리하리라고 그녀는 꿈에도 알지 못할 것이니 그녀에게 조금의 불편함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에 조금의 불편함을 주지 않고 그녀를 품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라 했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한번은 용두질 때문에 죽을 뻔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껄떡거리다가 거절을 당하고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손에 핸들을 잡고 한손으로는 지퍼를 열고 거사를 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상대는 놓친 여자였다. 한참을 그러고 가는데 거사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갑자기 커브 길이 나타났다. 차는 언덕을 스치면서 멈추었다. 만약 그곳에 낭떠러지가 있었다면 그는 생명을 보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우선 보는 사람이 없나 좌우를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그의 용두질 역정에 있어서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이었다.

여행을 하다가 가끔 허름한 주막에서 주모와 우리 둘, 셋이서 주안상을 놓고 술을 마실 때가 있다. 그런 자리에서는 껄떡은 어김없이 주모에게 껄떡대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모의 호감은 내게로 향하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도무지 멋을 부린다는 개념이 없다. 그러니 늘 껄떡거리다가 말 뿐이다. 숙소에 돌아와 껄떡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충고를 했다.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나쁜 놈이야!”

“응?”

“몰라서 물어?”

“모르겠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는 내가 나쁜 이유를 조근 조근 설명했다. 자기는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외로운 거야. 음양의 이치가 그래. 여자가 남자를 원하는데 그걸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한 것이야.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어. 남자는 적극적이어서 원하는 여자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여자는 그렇지 못해. 그런 가엾은 여성을 그냥 버려둔다는 것은 남자로서 죄를 짓는 일이야. 그래서 너는 아주 나쁜 놈이야. 착한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놈들은 모두 사형을 시켜야 해. 나는 그의 말이 너무 진지해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지만 소리 내어 웃을 수 없었다. 반론을 제기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기세였기 때문이다.

나는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불같이 화를 내다가 이내 잠든 조껄떡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지극히 평온하고 평화롭기까지 했다. 그는 가식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옷을 입고 있지만 옷을 벗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사람이다. 언젠가 언어 가운데 가장 순수한 언어는 감탄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감탄사에는 복잡한 문법이 없다. 가식도 없고 기교도 없다. 남을 기만하는 사기꾼의 말은 기교적이며 화려하다. 감탄사에는 기교나 가식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감탄사 하나가 객사의 방바닥에 떨어져 있구나.

아침에 일어나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씩 먹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일정한 행선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다가 이정표가 보이면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고 없으면 다시 아무 차나 먼저 오는 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차가 없는 곳에서는 몇 시간을 걷기도 했다. 다시 날이 저물어 우리는 허름한 주막에 들었다. 미모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는 중년의 여인이 주안상을 보아 왔다. 입성도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행동만은 충청도 사람답게 의젓하고 예의가 발랐다. 술을 몇 잔씩 마시자 껄떡의 눈빛이 가는 눈꺼풀 사이로 빛났다.

그리고 여인을 향해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술이 어지간히 취했다. 나는 그의 자유로운 껄떡거림을 위해서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술을 이길 수 없으니 옆방에 눕겠다고 하고 옆방으로 갔다. 밖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마당에 이미 하얗게 쌓이기 시작했다. 비몽사몽간에 벽 사이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끊겼다 했다. 껄떡의 애원하는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여인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정 달라고 허시면 드리기는 허겠는디요.”

드디어 여인이 굴복한 것 같았다.

“혹여 욕이나 안 허실지 모르겠네유.”

술에 취한 나는 잠의 나락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잠결에 언젠가 본 껄떡의 그림이 푸른 빛 사이로 떠올랐다. 샤갈풍의 그림인데 옷을 벗은 남자와 여자가 푸른 안개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그림이었다. 지금 조껄덕은 흰 눈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