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대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되고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박 속에서 나운 도깨비에게 혼쭐이 나고 재산을 모두 잃은 것이 그러하고,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황후가 된 것이 그러하다. 이렇게 복을 주고 벌을 주는 것이 신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신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분명히 벌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벌은커녕 아주 얄밉게도 복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말한다.

  “귀신이 눈이 까졌지……. 저런 걸 안 잡아 가고 뭘 하나?

  심하면 아예 귀신의 존재를 무시하기도 한다.

  “귀신이 있기는 뭐 개뿔이 있어?

  어떤 경우에는 팔뚝을 휘두르며 말한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하네. 난 귀신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러면 곁에 있는 이가 말한다.

  “그런 소리 하지 말게. 귀신같이 듣는다네.

  그러면서 귀신에게 벌 받은 예를 줄줄이 나열한다.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는 오랜 그리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 거리다.

 

  여학교 교사로 있을 때 이야기기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시작되는 5교시 수업은 교사나 학생이나 나른하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있기 일쑤다. 수업을 시작하려하면 이런 말이 귀에 들린다. 교사들이 많이 들어본 익숙한 대사다.

  “선생님,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대개는 그냥 수업을 진행하지만 가끔 이야기를 해 주면 금방 잠을 깨기도 한다. 그래, 오늘은 내가 귀신을 본 이야기를 해 줄게. 그래서 귀신을 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여러분들은 귀신이 없다고 여기겠지만 나는 분명히 귀신을 보았다. 내가 귀신을 본지도 거의 20년쯤 된 것 같다.

 

  추운 겨울이었다. T시에 오전 9시까지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내가 있는 곳에서 T시에 가려면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었다. 그 때는 승용차도 흔하지 않을 때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택시로 A시로 가서 A시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만 했다. 모두 잠든 새벽 식구들이 깨지 않게 가만히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했다. 밖은 캄캄하고 매서운 바람소리가 들렸다. 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우유배달원이나 신문배달원도 보이지 않고 밤새 혼자 서 있었을 가로등이 졸린 듯 차가운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바람 부는 거리에서 택시가 오기를 기다렸다. 거리는 바람만 지나갈 뿐 기다리는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려 몸이 얼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쯤 지붕에 주황색 등불을 켠 택시가 왔다. 반가웠다. 나는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고 얼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모실까요?

  “A시로 갑시다.

  기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손님, 거기는 가기 곤란합니다.

  기사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여기에서 A시까지는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다. 주변에 마을이 거의 없는 산길이며 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고개 근처 길은 양쪽에 높은 산이고 계곡이 음산하여 새벽에 그 고개를 넘기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자기의 동료가 그 고개를 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지금 가야 하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거듭 가기를 청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하면서 꺼낸 그의 말로는 이 시각이면 그곳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고를 당해서 크게 다친 자기의 동료 택시 기사도 새벽에 그곳을 지나다가 귀신을 보고 놀라서 핸들을 놓치는 바람에 언덕으로 굴렀다는 것이다. 난감했다. 내가 9시까지 가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에 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나도 모르게 불쑥 이렇게 말했다.

  “기사님, 그런 건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요?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퇴마사입니다.

  “퇴마사가 뭔데요?

  “귀신을 쫓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내가 지금 귀신 쫓으러 T시에 가는 길입니다.

  “…….

  “자, 갑시다.

  아직 기사의 얼굴엔 두려움이 가신 건 아니었지만 기본요금만 받으며 작은 시내를 뱅뱅 도는 것과 장거리를 가는 것의 요금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것 같았다. 이때는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기사님, 승차거부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그의 얼굴에 잠시 당황하는 빛이 스쳤다.

  “그럼 선생님만 믿습니다.

 

  드디어 택시가 출발했다. 나는 안도하며 몸을 깊숙이 의자에 기대었다. 깜빡 눈을 붙였다가 눈을 뜨니 차는 어느덧 기사가 말한 계곡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길의 양쪽은 가파른 산이 하늘까지 솟아 있으며 어둠 속이라 무슨 짐승이라도 나올 것 같은 푸르스름한 빛이 계곡에 퍼져 있었다. 그때 자동차의 전조등이 끝나는 지점에 희끄무레한 빛이 느껴졌다. 기사도 그것을 본 것 같았다. 차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언 듯 볼 수 있었다.

  “선생님, 저게 뭡니까?

  “별 것 아닙니다. 그냥 갑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물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거대한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기사가 끼익 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기사는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한참이 지났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차의 시동은 꺼져 있었다. 옆을 보았다. 기사는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었다.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앞을 보았다.

 

  그것은 귀신이 분명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저것은 귀신이야. 귀신이 틀림없어. 나는 만약 여기서 살아난다면 귀신에 대한 증언을 하기 위해 귀신을 자세히 관찰하기로 했다.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은 대개 귀신의 형상에 대해 제대로 된 증언을 하지 못했다. 모두 그 증언이 분명하지 못하여 신빙성이 없게 보였다. 나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똑똑히 보았다가 귀신에 대한 존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귀신 논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았다. 전체적인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크기는 사람보다 다 큰 모습이었는데 뒤로 돌아서 있었다. 발은 땅에 닿지 않고 30cm 가량 공중에 떠 있었다. 옷은 흔히 예수님을 그린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흰 가운이었다. 성경의 말씀대로 더 이상 희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흰 옷이었다.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것이었는데 굵기가 사람의 그것보다 굵었으며 무채색의 반투명한 실과 같았다. 늘어진 소매 끝에 창백한 손이 보였다. 역시 반투명의 손의 형상이 보이고 콧구멍을 파면 코의 끝까지 들어갈 수 있는 길이의 손톱이 날카롭게 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손이 번갈아 올라갔다 내겨갔다 하였다.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입에 넣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것도 궁금하였지만 귀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창문을 내렸다. 차고 음습한 공기가 차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나는 어느 정도 가위가 눌려 있어서 목소리가 나올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귀신을 향해 말을 걸었다.

  “너, , 너는 누구냐?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나는 귀신이다.

  그의 목소리는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울림이 있는 기계음이었다. 성능이 좋지 못한 스피커에서 들리는 울림이 있는 소리였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귀신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증언하기 위해 보고들은 사실을 단단히 기억의 창고에 가두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시 물었다.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느냐?

  그가 홱 돌아서며 말했다.

  “씨나락 까먹는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대체로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아이들은 헐! 하고 크게 실망한다. 대신 잠은 달아난다. 지금도 아이들의 헐! 하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