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아픔

     - 생존자 B.V에게


   프리모 레비


  

   언제부터인가 그 끔찍한 순간들이 되살아나

   그 얘기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내 가슴은 너무나 쓰라리고 저려왔다.

   그는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이면

   온통 시멘트 가루로 뒤덮인 잿빛 얼굴이며

   다음날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한 잠자리로

   죽은 송장이나 다름없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밤마다 악몽을 꾸며 너무 배고픈 나머지

   무 같은 거라도 씹는 듯 마구 턱을 움직이며

   애절한 목소리로 잠꼬대를 하곤 했다.


   "돌아가게! 제발 나를 내버려두고

   돌아가게, 먼저 간 동료들이여!

   난 아직 어느 누구의 것도 빼앗은 적이 없고

   어느 누구의 빵 한 조각도 훔친 적이 없네.

   그리고 지금까지

   나 때문에 정말 단 한 사람도 죽은 적이 없네.

   제발 그대들은 그대들의 세상으로 어서 돌아가게.

   내가 아직 살아서

   내가 아직 죽지 못해서

   먹고, 입고, 잠자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게

   어찌 내 탓이고 내 잘못이란 말인가!"



   ***

   프리모 레비는 24세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으나 살아났다. 이 후 생존작가가 되어 증언자로서의 삶을 살았으나  67세의 나이에 돌연 투신자살하였다.  

   시국이 상상도 못할 이상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혹 생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이것이 인간인가>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뜬금없는 어리석은 생각인지 즉시 깨달았다. 어떤 고통을 알기에 네가 감히 생존자 운운하는가.

   피로감을 말하면서 '이제 그만'을 외치는 자들이 있다. 보라, 생각없이 의심없이 '피로감' 운운하면서 '이제 그만'을 외치는 사이 저들은 더 큰 죄를 감추고 있다. 하니 '피로감'을 말하면서 '이제 그만'을 외치는 자들은 모두 공동정범의 자격을 갖춘 것이 된다. 어느 누구도 '피로감'과 '이제 그만'을 외칠 자격은 없다.  혹 합의된 어떤 해결점이 나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