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밭

 

   이 남 순

 

 

   "정신 섯낱 남아씰 때 얼라들을 봐야 것다 집으로 다 오라 캐라 내도 집에 갈끼다"

   너덧 개 주사액 매달고 끝내 오신 아버지

 

   빈 몸집 아흔하나 기둥 풀썩 무너진 채 타드는 마른 혀로 밭은 말씀 이으신다

   "애비가 너거들한테 미안허고 고마뱄다"

 

   "'느거매가 나 때문에 억시기 욕을 봤다 주체 못할 역마살로 천지만지 나돌 때도

   꿋꿋한 느거매 덕에 욕 안 먹고 잘 살았다"

 

   "암만 캐도 고향 선산 거까정은 몬가것제 집하고 울매 안 되는 미영밭도 내는 좋다

   거서는 훤히 다 빈다 기차역도 터미널도"

 

   아버지 그 말씀을 여기 와서 새겨본다

   한번 가신 후론 꿈에서도 못 뵈는데

   꽃송이 만발한 지금, 저 바람이 낯익다

 

   * 미영밭 ; 목화밭

 

 

   ***

   '바람'처럼 떠돌며 살았어도, 자식들 앞에서 당당하게 죽음을 선택하고 죽음의 자리를 알리는 화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존엄하게 태어났으면 존엄하게 살다가 죽을 때도 존엄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