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파블로 네루다(김현균 옮김)

   그래  그 무렵이었다 ...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술은 
   얼어붙었고
   눈먼 사람처럼 앞이  캄캄했다.
   그때 무언가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
   그  불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히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는,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알랑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흩어지고
   열리는 것을
   행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들쑤셔진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 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스스로 순수한
   심연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 풀려났다.


   ***
   죽은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봄은 마른 겨울을 밀치고 오려나, 라고 썼다가, 죽은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봄은 마른 겨울을 밀치고 온다, 라고 고쳐 쓴다. 우리는 지금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다. 무모한 희망은 없다. 불현듯 시가 오고, 불현듯 촛불이 왔듯이, 이렇게 불현듯 봄도 오리라. 하지만 사실 어느 것 하나도 불현듯 오거나 온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