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것


   장옥관



   길에도 뼈가 있었구나


   차도로만 다닐 때는 몰랐던

   길의 등뼈

   육차선 대로변 인도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디

   샛노랗게 뻗어 있다


   뼈마디를 밟고 저기 저 사람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검은 혓바닥


   갈라진 거울처럼 대낮의 허리가 시큰거린다


   온몸이 혓바닥이 되어 핥아야 할 뼈마디

   내 등짝에도 숨어 있다



   ***

   지난 여름 제 친구 중 한 친구가 쓰러졌습니다. 고객과 상담 겸 해서 점심을 먹던 식사자리에서였다네요. 이런 것을 두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친구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어 위기는 넘겼으나 반신마비가 왔지요. 꾸준한 재활치료로 말을 먼저 찾더니 얼마전부터는 입이 다 풀려서 옛날의 수다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꾸준한 운동에도 근육은 거의 안 풀려서 거동은 여전히 불편한 상태인 이 친구 많이 답답해서인지 어제도 전화를 해서 푸념을 한참 풀어놓았습니다.

   이 시는 처음 대하는 시는 아닙니다. 여기저기에서 꽤 자주 만났던 시임에도 저리도록 시린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문득 친구가 떠오르면서 무심하게 보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시어들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차로로만 다니던 시인이 대로변을 직접 걷게 되면서 ' 우둘투둘 샛노란 뼈마디 길'을 새삼 만났듯이,  저는 제 친구의 일을 겪으면서 이 시를 새삼 제대로 만난 셈입니다.

    '우둘투둘 샛노란 뼈마디 길'이 아니더라도 제 친구가 일어서서 다시 만나는 길은 모두 뼈마디 길처럼 우둘투둘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길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만들어 내는 걸음일지라도 제 친구는 무척 절실할 것입니다. 말은 조급해하지 말라고, 꾸준하게 운동하다 보면 걸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했지만, 저 역시 제 친구가 빨리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