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최라라



   나는 저것이 나를 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실눈 살짝 뜨고 바라볼 때 저것도 나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나는 아침마다 사타구니에 베개를 끼우고 저게 다 듣고 있는 줄 알면서도 신음소리를 낸다 저거 반응 좀 보려다가 나도 모르는 내 별꼴 다 보겠다 저거 핑계대고 별짓 다해 보겠다 한 번 보여주고 나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날마다 하겠다 나는 이제 저것이 나를 안 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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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1월 15일 내 사는 포항 지진 이전에 천장은 다만 애써 김춘수였지만, 지진 이후에 천장은 자연스레 김수영이다. 눈을 감고 뜰 때마다 나는 이제 천장을 모른 척할 수가 없다.'

    2017년 11월 15일 제가 사는 포항에 지진이 왔습니다. 진도 5.4 지진으로 작년 경주에 이어 두 번째로 진도가 높은 지진이랍니다. 진도는 경주의 1/ 4 수준이라는데 피해는 더 크답니다. 진앙지에서 멀지 않은 제가 사는 아파트도 여러곳에 지반 침하, 아파트 내외벽에 균열이 왔습니다. 그 날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도 진도 3.0 이상의 꽤 큰 여진이 왔다 갔습니다. 일요일이어서 오랫만에 목욕탕에 들렀다가 아파트 내 커피점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시집을 읽고 가자 들고 나온 시집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처음 읽는 시는 아니었는데 확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이전과 이후. 어떤 사건의 이전과 이후에 모든 것이 달라지는, 달라져 보이는 경험을 수없이 했습니다. 위에 적은 글은 이번 포항 지진 역시 내 삶에 이전과 이후라는 새로운 한 획을 긋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