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열차표는 역방향이다

 

   이 해 리

 

 

   케이티엑스 타고 간다

   역방향에 앉아 차창 밖을 내다본다

   다가오는 것들은 모두 지나간 것이다

   지나가는 것들만 보며 간다

   보이는 게 한물간 것뿐인데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

 

   같은 시간 같은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생이라면

   나는 출발부터 누군가에게 밀렸음이다

   불리한 여정 차별 받은 좌석,  이건

   자연스레 피 돌리는 내 박동과는 다른 일

   여학교 때 단체로 맞춘 교복 중

   내 것에만 나 있던 흠집과도 다른 일

   남들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등으로 세상을 더듬어야 하는가

 

   내 자리 비좁고 속 울렁거려도

   순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꿈 하나는

   고속레일보다 뜨겁다

   등으로 더듬는 길 덜컹거리며 가지만

   도착하면 그뿐, 누가

   타고 온 방향을 묻겠는가

 

 

   ***

   가끔은 일부러 역방향을 선택해서 앉는다.  남들 선택하지 않는 역방향을 애써 선택하는 것은 지나가는 것들을 더 오래 보고 싶어서이다.  걷지 않고 뛰던 때도 있었고, 옆도 뒤도 안 보고 앞만 보고 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앞보다 지나가는 것들을 더 오래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으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 싶다. 며칠 전에도 순방향으로 앉은 남들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등 뒤에 두고 지나가는 것들을 앞에 두고 보면서 갔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보다 오래 보면서 가는 풍경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