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 산다는 것

 

   요시다 마리카

 

 

   후쿠시마에서 산다는 것

   내가, 후쿠시마에서 산다는 것

   나에게, 후쿠시마에서 산다는 것은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심호흡하는 습관이 없어진 것

   빨래를 밖에 말릴 수 없다는 것

   텃밭에서 수확한 야채를 버린다는 것

   내가 말하지 않아도 선량계와 마스크를 챙겨 나가는 어린 딸 모습에 가슴이 저린다는 것

   저토록 눈부신 흰 눈을 만져볼 수 없다는 것

   "힘내자 후쿠시마" 슬로건에 때때로 희미한 초조감을 느낀다는 것

   어느새 호흡이 가늘어진다는 것

   후쿠시마에 사는 것을 누군가가 묻지 않아도 "그래도 우리 지역은 아직 선량이 낮기 때문에..."

   라고 설명해버리는 것

   후쿠시마에는 후쿠시마(福島)와 FUKUSHIMA(알파벳)가 있다는 것

   후쿠시마에 "그냥 살아"라고 하면 "사람의 생명을 뭘로 보는 거야!"라고 외치고 싶고

   "피난하라"라고 하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우리도 사정이 있다고!"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것

   6살짜리 내 딸은 결혼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

   후쿠시마에서 산다는 선택의 책임을 팽개치고 싶어지는 것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 일상이 유지되는 살얼음같은 "안전" 위에 산다는

   당연한 현실을 날마다 뼈저리게 이해한다는 것

   내일 이 집에서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고 밤마다 생각하는 것

   그래도 내일도 이 집에서 살 수 있기를 밤마다 비는 것

   어쨋든 딸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것

   그 검은 연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

   그래도 나름대로 나날을 즐겁게 살고 있다고, 누군가한테 이해 받기 원하는 것

   날마다 화내는 것

   날마다 기도하는 것...

 

 

   ***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이던 / 후쿠시마 노후 핵발전소 / 반경 30Km  안 / 후타바마치 오쿠마마치 오오카마치 나라하마치...... // 이곳은 그들이 태어난 곳 / 이곳은 그들이 자란 곳 / 제1의 고향 제2의 고향 제3의 고향...... / 숨을 모아 결을 짠 삶의 터전 // 2011년 3월 11일 / 이 노후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 그리고 그들은 추방되었다. // 반경 30Km 밖 // 재난의 중심부에서 / 재난의 주변부로 // 안전부재의 중심부에서 / 안전부재의 주변부로 // 안전불감증의 중심부에서 / 안전불감증의 주변부로. // 이곳은 이제 버려진 땅 / 죽음의 중심부 / 그들은 버려졌다. /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으리." (졸시  '30Km'  중 일부)

   한수원이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1호기를 폐쇄한다고 결정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 핵발전소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강화된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2015년 원안위는 10년 수명 연장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1심 패소한 원안위가 항소하여 2심 진행 중에 있음에도 폐쇄 결정을 내린 이유 중의 하나로  '경제성 부족'을 들고 '월성1호기는 이미 적자발전소'라고 설명했다지만 핵발전소는 애초부터 '적자 사업'이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게다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이미 증명하고 있듯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는 시설이다.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1호기 폐쇄 결정과 더불어 영덕과 삼척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 사업까지 중단한다고 하니 손실 보상 요구등 부정적인 발언도 일부 있지만 탈핵의 입장에서 일단 환영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갈 길은 멀다. 위의 시는 '1인 대안언론'이라 불린다는 히로세 다카시 선생이 경주지진 이후에   '지진과 핵발전소'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자료를 바탕으로 엮은『땅이 운다』라는 책의 첫머리에 실린 시이다. 10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일독을 권한다.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무도 사고의 끝을 모른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