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강

 

   유재복

 

 

   그거 아세요? 가을이 깊어질수록 밤안개 자주 피어오르는 거, 추수 끝난 들판에 저녁이 오고 노을이 땅에 스며드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밭고랑의 풀숲이나 벼 포기 밑동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거

 

   그게 다 그동안 함께 있던 메뚜기들 하늘로 올라가는 길 도와주려고 말라가는 풀과 꽃들이 땅과 함께 만드는 입김이에요 알 낳고 할 일 다 끝낸 메뚜기들은 가을볕 한쪽 끝에 제 움직임을 내려놓지요 저녁 찬 공기에 다리 끝에 남아있던 가느다란 떨림마저 멈추게 되지요 그럼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메뚜기 영혼이 몸을 빠져나오죠 그런 메뚜기들 태우고 갈 안개를 땅에서 뿜어내는 거래요

 

   여기저기 메뚜기들이 반딧불처럼 떠오르죠 한 움큼씩의 안개가 모여 들판을 자욱하게 만들지요 풀도 꽃들도 낙엽처럼 다 땅으로 떨어지는 계절, 메뚜기들은 땅에서 떠올라 하늘로 진대요

 

   잠자리도 무시무시한 거미나 사마귀들도 모두 어울리죠 쫓기던 메뚜기들이 처음엔 놀라겠지요 먹고 사는 일 내려놓았으니 어떻겠어요? 다들 편한 사이가 되는 거지요 그렇게 큰 강물처럼 한 덩이가 된 메뚜기 강이 들판 위를 흘러 다니죠 좁은 논둑과 벼 사이에서 이리저리 뛰며 풀잎 위에 매달려 살던 삶이 넓은 들판 끝 강물과 검은 산도 다 내려다보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벌, 나비들도 이렇게 넓은 곳이라는 걸 그제야 안 거죠 그렇게 메뚜기 강이 밤새 들판을 쏘다니지요

 

   그렇게 새벽이 오면 천사가 내려온대요 그 커다란 강물 끝자락 당겨 하늘로 올라가지요 배웅 마친 안개들이 마구 사람의 마을로 쏟아져 내려오고요

 

   그게 다는 아니에요 이른 봄에 안개 자주 끼는 것 모르세요? 왜 가을 안개는 둥둥 떠 있는데 봄 안개는 긴치마 입은 것처럼 땅을 질질 끌고 다니잖아요? 새싹 내미는 논둑 밭둑 다 덮고 지나는 사람 눈도 가리는 순간, 못 보셨어요? 땅에 바싹 다가선 안개 속에서 메뚜기 알 위로 한 줌의 안개 내려서 스며드는 걸

 

 

   ***

   저 안개, 내게도 스며들었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환상의 나라의 이야기, 마술적 리얼리즘의 땅의 이야기,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명명된 기형도의 '안개'에 버금가는 안개나라의 이야기, 속의 저 안개에 나, 종일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