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들


   이경림



   가을비 잠깐 다녀가신 뒤

   물기 질척한 보도블럭에 지렁이 두분 뒹굴고 계십니다


   한분이 천천히 몸을 틀어

   S?

   물으십니다 그러니까 다른 한분,

   천천히 하반신을 구부려

   L `````` 하십니다

   그렇게 천천히

   U? 하시면

   C`````` 하시고

   J? 하시면

   O````` 하시고


   쬐한 가을 햇살에

   붉고 탱탱한 몸 시나브로 마르는 줄도 모르고

   그분들, 하염없이 동문서답 중이십니다


   그 사이, 볼일 급한 왕개미 두분 지나가시고

   어디선가 젖은 낙엽 한분 날아와 척, 붙으십니다


   아아, 그때, 우리

   이목구비는 계셨습니까?

   주둥이도 똥구멍도 계셨습니까?


   그 진창에서 도대체 당신은 몇번이나 C 하시고

   나는 또 몇번이나 S 하셨던 겁니까?



   ***

  때로는 3:1이었다가, 때로는 1:3이었다가, 어쩌다가 2:2가 될 때도 있지만, 말은 어긋나 서로는 서로의 말에 답하지 않고 하던 말만 계속하며 우리는 지금 우리끼리 팽팽하다. 달리는 기차는 없고  '동문서답'만 평행선으로 우리는 지금 우리끼리 팽팽하다. 이러다가 모르는 새  '붉고 탱탱한 몸 시나브로' 다 '마른' 다음에야 잊은 기차를 기억하려는지 우리는 지금 우리끼리 팽팽하다. 그 기차 이미 달리기를 멈추고 얼굴 숨긴 채 파놓은  '진창'을 비켜나 슬금슬금 뒷걸음질인대도 우리는 지금 우리끼리 팽팽하다.  '아아, 그때, 우리 /' 이목구비는 계셨습니까? / 주둥이도 똥구멍도 계셨습니까?'  탄식할 날이 다시 온대도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끼리 팽팽팽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