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와 고양이의 마을


   김언


   아침마다 썩는 냄새가 푹푹 쌓이는 마을, 이 마을 정중앙엔 커다란 전봇대가 하나 서 있다 사람들은 이 전봇대를 중심으로 밤새 쓰레기를  쌓아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날이 밝으면 전봇대 꼭대기에서 도둑고양이들이 내려와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꼬리를 잔뜩 세운 고양이들은 밤새 참아왔던  허기를  게워내고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썩는 냄새를 꾹꾹 채워 넣는다 오전과 오후 내내 도둑고양이들이 만찬을 즐기는 동안 집집마다 인간들은 밤새 내놓을 쓰레기들을 장만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윽고 쓰레기를 장만하지 못한 집들의 불안과 초조에 뒤섞여 저녁이 몰려온다  저녁이  밤으로 바뀌기 전에 도둑고양이들은 전봇대 꼭대기로 올라가고 잔업에 밀린 인간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마지막까지 쓰레기 만드는 일에 열중한다 전봇대를 중심으로 밤새 쓰레기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가까스로 목표량에 도달한 인간들은 오늘도 무사히,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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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쓰레기산의 사기꾼이 도망자가 되기 이전부터 저보다 더 크고 높은 쓰레기산을 우리가 만들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과생산 과소비가 만든 저 쓰레기들의 무덤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를 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