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불고기


   김언



   둘 중 어느 고기로 하시겠습니까?

   어느 고기라도 좋습니다. 먹을 수만 있다면.

   그는 주방으로 가서 물고기를 내어왔다.

   맛이 좀 비리군요.

   아무래도 물고기니까요. 다른 걸로 내어드릴까요?

   내가 주저하자 그는 주저 없이 주방으로 가서

   다른 고기를 내어왔다.

   비린 맛은 없을 겁니다.

   살아 있는 맛도 없는 고기네요.

   아무래도 불에 달군 고기니까요.

   다른 고기는 없습니까?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주방으로 갔다.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고기를 준비하는 걸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기를 상상하고 있을 때

   주방에서 그가 나왔다.

   손에는 고기 한 점이 들려 있었다.

   식탁 위에 턱 하니 내려놓는 그의 손에서

   핏물이 흘렀다. 지금 막 잡은 고깁니다.

   어떤 고깁니까? 불에 닿지도 않았고

   물에서 건져올린 고기도 아닙니다.

   나는 물에서 건져올리지도 않고

   불에도 닿지 않은 그 고기를

   영문도 모르고 씹었다.

   영문도 모르게 맛있었다.

   그 고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

   이제 어떤 고긴지 아시겠습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을 나왔다.

   잇속에 낀 누군가의 살점을 마저 씹으면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을 곰곰이 생각했다.



   ***

   하니 결국 피를 보아야 끝이 나는구나. 하니 결국 피맛을 보아야 끝이 나는구나. 문장가도 아니면서 말을 만들더니, 사상가도 아니면서 말을 풀더니, 미식가도 아니면서 말의 맛을 음미하더니, 결국 피를 보고, 피맛을 보아야 끝이 나는구나. '어느 고기로 하시겠습니까? /  어느 고기라도 좋습니다. 먹을 수만 있다면.' '맛이 좀 비리군요'  '살아 있는 맛'이'  ' 없는 고기네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기를 상상'해봐야 하늘을 찌르는 허세의 길이야 뻔하구나. 미처 다 못 버린 숨긴 식인의 습성 되살리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가 않았구나. 문명인으로 행세하더니 결국 '십 년 묵은 체증'을 이렇게 다 내리는구나. 하여 없는 중립을 버리고, 없는 중도를 버리고, 없는 선택지를 버리고,  '장례식장으로',  '장례식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날렵해지더냐. '끄덕'  '끄덕이'는 '고개'ㅅ짓이 경쾌해지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