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ㅡ 피해 여성이 피해 여성에게 주는 편지

   폴레트 켈리(가정 폭력 생존자, 여성운동가)(신혜수 번역, 정희진 수정)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도 아니었고 다른 특별한 날도 아니었답니다.
   지난밤 우리는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어요.
   그가 던진 수많은 잔인한 말들에 저는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그리고 그가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요.
   왜냐하면 그가 오늘 제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기념일도 아니었고 다른 특별한 날도 아니었답니다.
   지난밤 그는 저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죠.
   오늘 아침 깨어났을 때 제 몸은 온통 아프고 멍투성이였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라는 걸 알아요.
   왜냐하면 그가 오늘 제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어머니의 날'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날도 아니었답니다.
   지난밤 그는 저를 또다시 때렸어요.
   이제까지 어느 때보다 훨씬 심하게요.
   만약에 그를 떠난다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제 아이들을 돌보나요?  돈은 어떻게 하고요?
   저는 그가 무섭기도 하지만 그를 떠나기도 두려워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라는 걸 알아요.
   왜냐하면 그가 오늘 제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답니다.
   제 장례식 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결국 저를 죽였습니다.
   죽을 때까지 때려서요.
   만약에 그를 떠날 만큼 용기와 힘을 냈다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
   이 시는 최근 들어 스스로를 평화학, 여성학 연구자로 부르며, 약력에서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공부와 글쓰기를 지향한다고 하는 정희진이 쓴 '아내 폭럭'에 대한 연구서인 <아주 친밀한 폭력>의 드는 문에   실린 시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느꼈는데, 문 안으로 들어서서 나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시의 감상은 이로써 충격 한 단어로 충분하지만 굳이 소개하는 것은 이 시와 더불어 정희진의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란을 찾으시는 분들께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