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안성덕

 

골판지는 골판지대로 깡통은 깡통대로

끼리끼리 모여야 밥이 된다고

삼천변 요요要要자원 파지 같은 생들이

마대자루에 빈 페트병 고봉으로 눌러 담는다

오락가락하던 진눈깨비가 물러간다

유모차에 생활정보지 걷어오는 할머니

치마꼬리 따라온 손주 볼이 발그레하다

어슬렁거리던 누렁이가 꼬리친다

쥐불 놓는 아이들의 함성 오종종 모여 있는 갈밭

풀린 연기 사이로 북녘을 가늠하는

오리떼 몸통이 통통하다

버들개지 은대궁도 제법 토실하다

모두 요요夭夭하니

풀려나간 요요yoyo가 제 목줄 감아올리듯

스르르 계절조차 되돌아온다

쥐불 놓은 갈밭에도 펜촉 같은 새순이 돋아

돌아올 개개비떼 노래 낱낱이 기록하겠다

코흘리개 맡겨놓고 감감 소식 없는 며느리도

한 소식 보내오겠다

 

 

이제 겨울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노모에게 폐지를 줍게 하는

아들은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일어나기를

행복을 찾아 떠난 며느리는

그 곳에서 지금, 정말 행복하다면, 거기서 계속 행복하기를

볼이 발그레한 손주는 이슬방울에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내가 바라는 그이는 도리를 팽개치고 내 곁으로 오기를

새순은 펜촉처럼 돋아 이런 비루하고 모진 삶의 이야기를 대지에 낱낱이 기록하기를

그리하여 풀밭이 무성하기를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