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딸꾹,

 

-신정민

 

 

 

  엄마가 몰래 딸꾹, 꽃잎을 먹었지요 꽃들이 자꾸 피어서 엄마는 딸꾹, 나 몰래 자꾸 꽃을 따 먹었지요 들키지 않으려고 딸꾹, 꽃을 삼키는 바람에 딸꾹, 딸꾹질이 멈추지 않네요 꽃이 죽을까봐,

 

  엄마가 딸꾹, 죽을까봐 나는 이미 닫힌 약국 문을 두드려요 아홉 살 딸꾹, 나는 아직도 아홉 살 딸꾹, 딸꾹, 아무리 두드려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딸꾹, 들리지 않아요 너도 꽃 나도 꽃 꽃들에게 이름 붙이며 놀았는데,

 

  그 겨울 칼바람이 딸꾹, 다시는 꽃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였지요 꽃을 키우는 엄마, 엄마의 딸꾹질이 무섭다고 딸꾹, 꽃들에게 일렀지요 거짓말처럼 딸꾹, 엄마의 딸꾹질은 꽃이 되었지요 세상은 온통 꽃무늬뿐이었지요 딸꾹,

 

 

 

 

-신정민 시집『꽃들이 딸꾹』(애지,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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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정민 시인의 첫 시집『꽃들이 딸꾹』(애지,2008)을 우편으로 전해 받았다. 시집 표제(表題)이기도 한 독특한 제목의 시「꽃들이 딸꾹,」, ‘꽃들의 딸꾹’이라니 무얼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시인으로 짐작되는 시적 화자가 아홉 살 되던 해 병든 엄마가 딸꾹질을 하며 끝내 꽃이 되어버린 무섭고도 슬픈 내용의 딸꾹, 이다. 종결부의 “거짓말처럼 딸꾹, 엄마의 딸꾹질은 꽃이 되었지요 세상은 온통 꽃무늬뿐이었지요 딸꾹,”에서처럼 서럽고도 슬픈 내용이지만 그 표현의 미학은 눈물 짜내는 신파조가 아니라 오히려 생기발랄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이것이 여타 다른 시인들의 시와 변별되는 신정민 시의 특성이다. 시인이 애써 슬픈 감정을 “딸꾹, 딸꾹,” 감추고 지워내는 데서 오히려 그 슬픈 감정이 시의 행간에 물밀 듯 솟아난다. “나는 아직도 아홉 살 딸꾹, 딸꾹,” “엄마의 딸꾹질이 무섭다고 딸꾹, 꽃들에게 일렀지요”라며 속울음을 우는 시적 화자에게 나도 얼른 달려가 등이라도 딸꾹,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신정민의 시「꽃들이 딸꾹,」에는 모두 17개의 쉼표(,)가 가슴에 꽂힌 못처럼 박혀있다. 또 시의 제목과 마지막 끝마침에도 쉼표가 강하게 찍혀있는데, 이는 그 아홉 살 때 받은 상처의 슬픔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리라. 신정민 시인이 처음 일궈낸 시의 텃밭은 넓고도 건강해보였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