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신전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시간을 버티면서

이천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유적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며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봄이 오면 내면에 소용돌이 일어 주체할 수 없는 가슴은 기어이 쿵쿵거립니다

아마 바람이 꽃과 작당하여 마음을 휘감은 탓이겠지요

팔순의 할머니도 개나리 꽃가지 꺾어들고 치맛자락 날리며 들길을 걷기도 합니다.

올 봄에는 동백꽃이, 내 희멀건 피에 붉은 불을 지른다면 나 장엄하게 타오르겠습니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