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여자

                

그 여자를 보면 괜히 신경질이 난다

그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일제에 빼앗긴 조선땅이 싫어

살아도 더는 살 수 없는 조국이 싫어

흑룡강으로 떠났는데

그 여자는 할애비가 버린,

낯 설고 물 설은 모국의 귀퉁이에 와서

허벅지 하얗게 내놓고 상반신 출렁이며

‘이름도~ 모~올라요 서~엉도 몰라,

첨 만난 사내 푸우움에 어~얼싸~안겨여어~‘


곰팡내 물씬 풍기는 단란주점에서

올망졸망 두고 온 식솔들

눈망울에 수평선을 담고 노래 부르는데, 씨발

왜 그리도 부아는 치솟는지


휘청휘청 밖에 나와 해장으로 국수를 먹는데, 씨발

국물은 왜 그리도 뜨거운지

전봇대에 기대어 오줌 누는데, 씨발

왜 죄 없는 가랑이만 축축이 젖는지

 

 

식솔들을 거느리고, 살아남기 위해

이 땅을 떠난 아버지의 아버지들

그들은 그 곳에서 또 얼마나 힘겹게 살았던가요


이제는 경제대국이라는 모국을 찾아왔지만, 모퉁이에서

허벅지 내놓고 상반신 출렁이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그들의 후손

식솔들을 거느리고 또 살아남기 위해 애를 씁니다.


씨발, 씨발,

좀 잘 살지, 좀 잘 살지

좀 잘 살았으면, 제발 좀 잘 살았으면

씨발,

시인은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또 씨발거립니다.

시인의 역설적인 애정이 내게로 옵니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