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김용택

 

 

 

순창양반 해맑은

얼굴이 길고

검은 수염도 길었다

한복에 조끼 입고

뜨거운 햇볕 속 땅 꺼질까 봐

가만가만 걸어 정자나무에 왔다

사람들 다 자도

혼자 양반다리로

반듯하게 앉아

고요한 여름 한낮

강과 높이 솟은 산을 바라보며

조용조용 시조 하신다

청사아아아아아안이이이이이이 이 이 이 이

높고 낮은 앞산 골골 굽이굽이 강굽이 이 논 저 밭 다 더듬으며

계속 청사아아아아아아아안 이 이 이 이 ······  하신다

내가 듣고 있다가

할아버지 왜 계속 청산만 하세요? 그러면 쳐다보지도 않고

시끄럽다 이놈아!

그래 놓고

다시, 산과 물 보며 청사아아아아아 안아아아아아 ······  이다

청사안아아아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에티카』2011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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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허허~, 대꼬바리 든 영감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줄이줄창 청산만 외고 앉았으니 곧 入山하실 날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인생에 있어 한 고집도 필요한 것이 그게 아름답게 여겨질 때도 있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