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밤

                            고은

 

 

무문관 33측 마음 아니기 부처 아니기(非心非佛)

 

이 문패 언저리
누가 끼적인 것

 

시인 아닌 녀석 앞에서
시 읊조리지 말기
술꾼 아닌 놈하고
술 마시지 말기
(頌曰 不遇詩人莫獻 非酒客莫飮)

 

하나는
다 시인인 줄
다 술꾼인 줄 모르나 보군 하고 혀 차고 말까

 

둘은
그럼 어느 시러베아들놈하고 시를 놀아야 하지
어느 후레자식하고 2차 간다지 하고 투덜대고 말까
무문관 내던지고
시도 술도 면목없는 날 안개도 는개도 아닌 날

                                 

                                    [유심] 2011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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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 시에서 시인은 시러베아들놈이요 술꾼은 후레자식이 된다. 그러므로 시도 술도 면목이 없다.

안개도 아니고 는개도 아니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밤에 혼자서 시를

쓰고 혼자서 술을 따른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