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愁

 

-서정주

 

 

 

봄 여루 내가 키운

내 마음 속 기러기

인제는 날을만큼 날개 힘이 생겨서

내 고향 질마재 수수밭길 우에 뜬다.

어머님이 가꾸시던 밭길 가의 들국화,

그 옆에 또 길르시던 하이연 산돌,

그 들국화 그 산돌 우를 돌고 또 돈다.

 

 

 

-『미당 서정주 시전집 2』(민음사,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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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지난 추석 명절날 고향에는 다들 다녀오셨는지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바쁜 생활로 자주 갈 수는 없지만 고향(故鄕)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내 어린 시절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어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처럼 고향도 어린 나를 길러준 것이어서 언제 어디서나 달려가 안기고 싶은 절대 그리움의 품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서정주의 짧은 시「鄕愁」에도 고향의 어머니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고향이고 고향이 곧 어머니일 것입니다. 향수(鄕愁)의 비유인 “내 마음속 기러기”는 “봄 여루 내가 키운” 것이라지만 육십여 년 동안이나 미당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또 자라난 것일 것입니다. 이 시는 단 두 개의 문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앞 문장이 ‘내 마음 속 기러기’가 먼 고향으로 날아가는 긴 비행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뒷 문장은 절대 그리움의 대상인 고향의 어머니와 들국화, 산돌 위를 돌고 또 도는 동심원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도 계시질 않고, 나를 길러주던 어린 시절 그때의 고향, 즉 지워지지 않는 내 마음 속의 고향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내 고향 질마재 수수밭길 우에 뜬” 시 속의 “내 마음 속 기러기”는 “그 옆에 또 길르시던 하이연 산돌,/그 들국화 그 산돌 우를 돌고 또 돈다.”고 미당은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시대명사 ‘그’와 부사어 ‘또’의 반복적 사용이 시적 화자의 어질머리가 날 정도의 깊은 향수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