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山詩․35

 

-이성선

 

 

 

꽃잎 속에 감싸인 황금벌레가

몸 오그리고 예쁘게

잠들 듯이

 

동짓날 서산 위에

삐죽삐죽 솟은 설악산 위에

꼬부려 누운

 

초승달

 

산이 한 송이 꽃이구나

 

지금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순간을 받드는

화엄의 손이구나

 

 

-이성선 시집『산시』(시와시학사,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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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출신의 이성선 시인. 아마도 그는 우리나라 시인들 가운데 산(山)을 가장 좋아했던 시인이 아니었을까? 2001년 5월, 그는 죽어 몇 줌의 하얀 가루가 되어 시인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설악산 백담계곡에 뿌려졌다. 그는 죽어 온전히 산이 되었다.『산시』는 시집 한 권이 모두 54편의 ‘山詩’ 연작시로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山詩․35인「꽃 한 송이」를 다시 읽는다. “삐죽비죽 솟은 설악산 위에/꼬부려 누운//초승달”을 두고 이성선 시인은 “꽃잎 속에 감싸인 황금벌레”로 보고 있다. 견자(見者)인 시인은 이렇게 사물을 새롭게 보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새로운 눈이 “산이 한 송이 꽃”임을 또 보게 한다. 그러면 “세상 전체가” 곧 “화엄의 손”이라는 절대 긍정의 깨달음의 세계에까지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윤동주의 시가 그랬듯이 이성선의 순진무구한 눈빛은 우주적 상상력으로까지 확대된다. “큰 산이 한 마리/나비 되어//짙은 안개 속을/헤맨다”(「산이 나비로 변해-山詩․22」전문)라는 이 짧은 시는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이성선 시인, 그는 지금 설악의 어느 산등성이에서 꽃과 나비와 동무하며 놀고 있을까?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