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른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말을 해도

너무 멀리 흘러와 돌아가기 힘들다고 말을 해도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는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리움이 솟아나 견딜 수 없을 때

밥 먹으러 간 사람처럼 구석에 앉아 밥만 먹고 나옵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은 가슴에 묻어두고

기적소리 쓸쓸한 기차를 타고 또 어디로 떠나겠지요 

 

더 늦지 말기를, 가을의 한 가운데서

단풍처럼 타오르기를,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