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榴

 

-조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조운 기념사업회『조운 시조집』(작가,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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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전남 영광 출신의 시조 시인 조운. 일제강점기에 항일민족주의자였던 그가 50세가 되던 1949년에 돌연 가족과 월북하면서 우리 문학사에서 시조 시인 조운의 이름은 말끔히 지워졌다. 1947년 조선사에 간행된『조운 시조집』이 분단 50년이 지나서였지만 재 간행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이름이 유폐된 것을 안타까워하던 조운기념사업회가 주도하여 펴낸『조운 시조집』(작가,2000)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조운의 빼어난 시조 작품이 일반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조운은 주로 단형 시조에서 그 빼어난 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의 단시조「古梅」가 이른 봄의 풍경을,「상치쌈」이 여름의 풍경을 그려낸 것이라면, 위 시조「석류」는 가을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음이다. 석류를 의인화하고 있는 이 작품은 가을의 한 풍경을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 화자의 정서를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초장(1연)이 석류의 외양을 단순히 묘사하면서 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중장(2연)은 붉은 석류와 그 속 알알이 맺혀있는 석류 열매를 펼쳐놓음으로써 그 그림의 색칠을 완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완의 그림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있어야 한다. 시적 화자의 간절한 서정(임에 대한 붉은 그리움)을 폭발적으로 그려놓고 있는 종장(3연)이 바로 그것이다. “보소라 임아 보소라/빠개 젖힌/이 가슴.”의 반복과 도치법으로 표현된 종장이 보여주는 시적 미학은 가히 탁월하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