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김규동

 

 

 

아내의 결혼반지를 팔아

첫 시집을 낸 지

쉰해 가깝도록

그 빚을 갚지 못했다

시집이 팔리는 대로

수금을 해서는

박인환이랑 수영이랑 함께 술을 마셔버렸다

거짓말쟁이에게도

때로 눈물은 있다

 

 

 

 

 

 

-김규동 시집『느릅나무에게』(창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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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28일 원로 시인 김규동 시인께서 돌아가셨다. 지난 2005년, 선생께서는 실로 오랜만에 새 시집『느릅나무에게』를 상재하셨다. 시집은 김규동 시인께서 지난 14년 동안 써온 3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직접 고른 83편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 문우(文友)들과의 추억, 어린 시절 고향 마을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통일에 대한 열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 작품에 진술된 것처럼 김규동 시인은 박인환, 김수영 시인과는 동인 활동을 함께한 친구 사이다. 한국 전쟁 직후 이들과 ‘후반기’동인 활동을 함께 할 때 김규동의 시는 문명 비판적이고 철학적이었다.「나비와 광장」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 후 김규동 시인의 작품은 북에 남겨두고 온 고향과 가족들, 특히 어머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통일 지향의 내용으로 변모를 하게 된다. 김규동 시인은 이 시집으로 지난 2006년 제21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50여 년 전, 첫 시집 낸다고 아내에게 진 빚을 이제 갚을 수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선생의 진정한 ‘빚’은 1948년 고향과 부모를 두고 월남하면서 갖게 된 ‘마음의 빚’이 아닐까. 그 빚은 ‘민족 분단’이라는 우리 모두의 빚이기도 하다. 평생을 이북의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고 김규동 선생님, 이제 혼백이라도 고향땅과 어머니 품속으로 돌아가 평안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