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52)이 절필을 선언했다.

안도현 시인은 4일 저녁 트위트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일 오후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그 가치를 눈속임 하는 일들이 매일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 그 자체다”라며 “30년 넘게 시를 써 왔고 10권의 시집을 냈지만, 현실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시, 나 하나도 감동시키지 못하는 시를 오래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이 괴롭다”고 절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불의가 횡행하는 참담한 시절에는 쓰지 않는 행위도 현실에 참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을 뿐, 나는 오래 시를 바라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시인은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안도현의 발견’은 절필과 무관하게 계속 쓸 것이며 트위트를 통한 발언도 중단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라진 안중근 의사 유묵에 대해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트위트로 경위를 물은 일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되어 11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시인은 “박근혜 후보에게 안 의사 유묵의 소장 경위와 도난 경위를 밝혀 달라며 사실관계를 물은 공개 질의가 어떻게 허위사실이고 비방인가”라며 “정치 검찰이 국정원 사태를 물타기 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것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그동안 <외롭고 높고 쓸쓸한>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 시집들과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같은 책을 내놓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