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어부와 부인이 있는데, 어느 날 20 년 전 고기잡이 나갔다가 실종 되었던 아내의 남편이 돌아와 문제가 발생하는 이야기다. 작가의 주관적 감정은 절제하고 객관적 상황을 묘사한 뛰어난 작품이다.




 귀향(歸鄕)-모파상/김동현 옮김



잔물결이 단조롭게 해변을 때리고 있다. 작은 흰구름 송이들의 새떼 모양 세찬 바람에 불려 푸른 하늘을 재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바다를 향해 경사를 이룬 계곡에 파묻혀 있는 마을은 햇빛을 받아 아늑했다.

바로 마을 입구에 마르뗑 레베스끄 네 집이 외따로 떨어져 있다. 이것은 조그만 뱃사람 집으로, 벽에는 진흙을 바르고 초가 지붕엔 푸른 풀잎이 돋아나 있다. 문 앞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손바닥만한 마당에는 양차, 캐비지, 파슬리, 사양채 같은 야채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길가에는 울타리를 둘러쳤다.

남편은 고기잡이에 나가고, 아내는 집 앞에서 큰 거미줄과 같은 갈색 그물을 벽에 펼쳐 놓고 그물코를 수선하고 있었다. 열다섯 살쯤 된 계집애 하나가 마당 앞 밀짚 의자에 앉아서 몸을 뒤로 젖히고 벌써 여러 번 깁고 헝겊을 댄 무명옷을 꿰매고 있었다. 이 애보다 한 살 어려 보이는 또 하나의 다른 계집애가 갓난아기를 팔에 안고 어르고 있었는데,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세 살 난 어린애 둘이 땅 위에 마주보고 주저앉아 제대로 놀리지도 못하는 손으로 흙을 긁어모아 상대편 얼굴에다 한 줌씩 뿌리고 있었다.

식구들이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잠을 재우려고 하는 갓난애만이 작고 나약한 목소리로 한결같이 빽빽 울고 있었다. 한 마리 고양이가 창턱에서 졸고 있었고, 담장 밑에 활짝 핀 무꽃들은 흰 털모자 같은 꽃송이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위에서 파리 떼가 붕붕거리고 있었다.

문 앞에 옷을 꿰매고 있던 계집애가 갑자기 소리쳤다.

"엄마!"

어머니가 대답했다.

"왜 그래?"

"그 사람 또 왔어."

그들은 아침부터 불안했다. 어떤 사람이 집 근처에서 어정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초라한 모습을 한 늙은이였다. 그들은 아버지가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을 도와주려 따라가던 길에 그 남자를 보았다. 그는 대문이 마주 보이는 도랑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식구들이 바닷가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는 여전히 그 곳에 앉아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병든 사람 같았고, 아주 불쌍해 보였다. 그는 한 시간 이상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자기를 부랑자로 생각하는 것을 알자,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걸음으로 그 곳을 떠났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느리고 지친 걸음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번에는 식구들의 동정을 살펴보기 위해서인지 좀더 멀리 떨어져 앉았다.

어머니와 딸들은 무서웠다. 더구나 어머니는 겁이 많은데다 남편 레베스끄는 밤이나 되어야 바다에서 돌아올 것이므로 무서움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남편은 레베스끄라고 불리웠고, 부인은 마르뗑이란 이름을 갖고 있어 사람들은 그들을 마르뗑 레베스끄 네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여인의 첫 남편은 마르뗑이란 이름을 가진 뱃사람이었는데, 매년 여름이면 떼르 뇌브로 대구잡이를 나갔었다.

결혼한지 2년 후, 남편을 태우고 디에쁘 항을 떠난 범선 자매호(姉妹號)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아니했다. 그 때 부인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고, 또 임신 6개월 중이었다.

남편의 소식은 전혀 들을 길이 없었다. 함께 배를 탔던 선원들은 아무도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배에 실은 물건이나 배에 탄 사람이나 모두 없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마르뗑 부인은 10년 동안이나 남편을 기다렸다.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부인은 착하고도 굳세었으므로 그 지방의 레베스끄라는 어부가 청혼을 했다. 그는 아들 하나가 딸린 홀아비였다. 부인은 그와 결혼하여 삼년 동안에 또 애 둘을 낳았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며 어렵게 살았다. 이 집 식구에게는 빵도 귀한 음식이었다. 고기 맛이라고는 거의 알지도 못했다. 때로 겨울이 되어 몇 달 동안을 바람이 세차게 불면 빵집에 빚을 져야 했다. 그래도 애들은 건강하게 자랐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마르뗑 레베스끄 네는 훌륭한 사람들이지. 마르뗑 부인은 고생을 잘 견디어 내거든. 레베스끄는 고기잡이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고."

문 앞에 앉았던 소녀가 다시 말을 했다.

"우릴 아는 사람인가 봐, 아마 가난뱅이 에프레빌이나 오즈보스끄 네 사람일 거야."

그러나 어머니는 딸의 말을 믿지 아니했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저 사람은 이 지방 사람은 아니다.

그는 기껏해야 울타리의 말뚝과 말뚝 사이를 왔다갔다할 뿐이었고, 줄곧 마르뗑 레베스끄 집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마르뗑은 화가 났다. 무서움도 잊고 담담해져 그녀는 삽을 집어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게서 무얼 하슈?"

그녀는 부랑자에게 소리쳤다.

부랑자는 쉰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서늘한 바람을 쏘이고 있소. 뭐 잘못한 게 있수?"

그녀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뭣땜에 줄곧 우리 집만 감시하고 있는 거요?"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해를 끼치기라도 했소? 그래 길에 앉아 있지도 못한단 말이요?"

대답할 말이 없이 부인은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그날은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았다. 정오가 되자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시쯤 되자 그는 다시 나타났다. 저녁에는 또 보이지 않았다.

밤이 되어서 레베스끄가 돌아왔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사기꾼 아니면 악한일거야.'

그리고 그는 태연하게 잠이 들었다. 한편, 부인은 자기를 아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부랑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날이 새자 바람이 몹시 불었다. 어부는 바다에 나갈 수가 없으므로 아내가 그물을 수선하는 것을 도왔다.

아홉 시쯤 되어 맏딸이 빵을 구하러 나갔다가 얼빠진 모습을 하고 뛰어 돌아오며 소리쳤다.

"엄마, 그 사람 또 왔어!"

어머니는 마음이 두근거려 얼굴이 아주 창백해지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베스끄, 가서 말 좀 하세요. 그렇게 남의 집을 들여다 보지 말라고, 내 마음이 뒤집어질 것 같아요."

레베스끄는 얼굴빛이 벽돌빛 같고, 붉은 수염이 거칠게 났으며, 파란 눈에는 바다의 비바람을 막기 위해 항상 양모를 두르고 있는 건장한 어부였다. 그는 말없이 문 밖으로 나가더니 낯선 사나이 앞으로 다가갔다.

부인과 애들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며 걱정이 되어 몸을 떨고 있었다.

갑자기 낯선 사나이가 일어서더니 레베스끄를 따라 집 쪽으로 걸어왔다.

마르뗑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에게 빵 좀 하고 능금주를 한 잔 주오.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군."

그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부인과 애들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나그네는 자리를 잡고 앉더니,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서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서서 사나이를 훑어보고 있었고, 큰 딸 둘은 방문에 기대 서서 하나는 갓난아기를 안은 채 호기심에 찬 눈으로 사나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애 둘도 벽난로 재 속에 주저앉아 시커먼 남비를 가지고 놀던 것을 멈추고 낯선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레베스끄는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그래 먼 데서 왔소?"

"세뜨에서 왔다오."

"걸어서?"

"그렇죠. 별 수 없으니."

"어디로 가는 길이오?"

"여기까지 왔수다."

"누구 아는 사람 있소?"

"그야 물론이죠."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나그네는 굶주렸음에도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빵을 한 입 베어 먹고는 능금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얼굴은 주름이 잡히고 쭈그러져 초췌해 보였으며, 고난을 많이 겪은 것 같아 보였다.

레베스끄는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그는 얼굴을 숙인 채 이렇게 대답했다

"마르뗑이라 하오."

이상한 전율이 부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나그네를 더 자세히 보려는 듯,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입을 멍하니 벌린 채 그 앞에 마주 서 있었다. 아무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레베스끄가 입을 열었다.

"이 곳 사람이오?"

"이 곳 사람이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자, 남자의 눈과 부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은 뒤얽힌 듯 움직이지를 않았다.

부인은 갑자기 낮고 변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구료!"

남자는 똑똑한 말로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그렇소. 나요."

그는 꼼짝하지 않고 빵을 계속해서 먹고 있었다. 레베스끄는 충격을 받은 정도를 넘어 아주 놀라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대가 마르뗑이라고?"

상대는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그렇소."

둘째 번 남편이 이렇게 물었다.

"그래 자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첫째 번 남편이 대답했다.

"아프리카 해안일세. 배가 암초에 걸려 침몰하자 살아 남은 것은 삐까르와 바띠넬 그리고 나 세 사람뿐이었네. 그 후 우리는 토인들에게 12년 동안을 붙잡혀 있었네. 삐까르와 바띠넬은 그 곳에서 죽었지. 나는 지나가던 영국인이 구해서 쎄뜨까지 데려다 주었네. 그래서 이렇게 돌아왔지."

마르뗑 부인은 앞치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레베스끄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난 어찌하면 좋을까?"

마르뗑이 물었다.

"자네가 저 여자의 남편인가?"

레베스끄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네."

두 사람은 마주보며 말을 못했다.

그러자 마르뗑이 둘러 서 있는 애들을 바라보면서 고갯짓으로 두 계집애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게 내 애들인가?"

레베스끄가 대답했다.

"자네 애들일세."

마르뗑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애들에게 키스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애들을 알아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저렇게 컸어!"

레베스끄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마르뗑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윽고 그는 이렇게 결말을 지었다.

"나는 자네 원대로 하겠네. 자네에게 해를 끼치고 싶잖아. 하지만 집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네. 내 애들은 둘, 자네 애들은 셋, 둘이 다 자기 애들이 있네. 애들 어미는 자네 것도 되고 내 것도 되지 않나? 그러니 자네 원대로 하려네. 그러나 집으로 말하면 우리 아버지가 물려준 게고 내가 태어난 곳이며 등기소의 문서까지 있네."

마르뗑 부인은 여전히 푸른 천으로 만든 앞치마에 얼굴을 파묻고 조그만 소리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두 큰 딸애들이 다가와서 무서워하며 저희들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식사를 마쳤다. 이번에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한다?"

레베스끄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신부님에게 가서 결정해야 하겠군."

마르뗑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몸을 던지며 흐느껴 울었다.

"여보 당신이 왔구료! 마르뗑, 불쌍한 마르뗑. 당신이 왔구료!"

그녀는 팔을 벌려 그를 껴안았다. 지난날의 격정, 20년의 세월과 남자의 첫 포옹을 일깨우는 추억의 소용돌이가 갑자기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르뗑 그도 감개가 무량해서 그녀를 껴안고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벽난로 속에 앉아 있던 두 애들은 어머니가 우는 것을 보자 함께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둘째 딸이 팔에 안고 있던 갓난애도 잘못 나는 피리 소리처럼 빽빽 소리쳤다.

레베스끄는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세, 결말을 지어야지."

마르뗑은 부인을 풀어 놓았다. 그가 두 딸애를 바라보자 어머니는 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에게 키스라도 해야지."

딸애들은 함께 앞으로 다가왔다. 애들의 눈은 눈물에 젖어 있지 않았다. 놀란 듯 좀 무서워했다. 마르뗑은 그 애들 볼에 하나씩 거칠게 농부 같은 키스를 해 주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갓난애가 어떻게나 소리를 지르는지 경련이 일어날 뻔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꼬메르스 카페 앞을 지나게 되자 레베스끄가 이렇게 말했다.

"한 잔 했으면 하는데?"

"좋지."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서 아직 손님이 없는 방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이, 시꼬, 펄앙시쓰 두 잔 주게. 마르뗑이 돌아왔어, 우리 집 사람 남편말일세. 자네도 알지. 행방 불명된 자매호를 탔던 마르뗑말야."

술집 주인은 한 손에 술잔을, 한 손엔 술병을 들고 가까이 왔다. 그는 배가 나오고 살이 뚱뚱하게 찐 다혈질이었다. 그는 점잖게 물었다.

"무어, 마르뗑이 왔어?"

마르뗑이 대답했다.

"내가 왔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