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장사익이 자제요양 병원에서 무료 공연을 합니다

무대에 오르기전

와상 환자들이 있는 병실에 왔습니다.

환자마다 악수를 하더니 의식이 혼미한 환자의

귀에다 대고 <봄날은 간다>를 부릅니다.

 

노래를 들은 환자가 눈을 떳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짓습니다

장사익이 웃습니다.

모두가 행복합니다

 

장사익이 이렇게 외칩니다.

"여러분 노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기쁘게 하는 줄 몰랐습니다.

우리 다같이 불러요.

 

가래가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빛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마음으로만 부르는 환자도 있습니다.

 

봄날이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202 호실의 죽비

       

 

 

스물 다섯에 혼자 되어

70년 동안 수절했지만 마지막까지 여자이고 싶어

안개꽃 무늬 부라우스 입고, 스카프 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죽비가 되어

내 가슴을 탁 친다.


이십년 동안 아들의 아들들을 키우다

뇌출혈로 쓰러져

말문이 닫힌 모습도 죽비다.


살아온 날들을 더듬더듬 털어놓을 때

, 네 그러셨어요, 로 답해주면 잇몸을 환히 드러내며

합죽하게 웃는 죽비


돌이켜보니

죽비 아닌 게 없다.

 

최영/ 1958년 전라북도 무주 출생

97년 신라문학 대상

대구 경북작가회 회원 현불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