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서의 해후

 

                                 

 

 

초나라와 한나라가 천하를 다투던 기반(棋盤)

중원(中原)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거창한 초하(楚河)와 한계(漢界)를 사이두고

우리는 기약없이 만난다

 

당신은 대안(對岸)에 서있는데

바람에 나붓기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형양(滎陽)의 수많은 이야기가 나름대로 넘나들면서

력사의 어느 한 단락의 사랑을 려과해낸다

 

리상은(李商隱)의 무나 많은 재간을 이어받았고

류우석(劉禹錫)의 천고에 전해지는 시구를 터득하였거늘

담담한 눈길에는 당송(唐宋)의 완약한 운치가 비껴있어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경전적인 예쁨이 반짝인다

 

나는 오로지 묵묵히 그대를 지켜보면서  

오랜 옛적의 순진함이 9월의 하늘로 탈바꿈하여  

제멋대로  

진주같이 령롱한 비방울을 뿌려준다고 생각해본다

 

맑은 렌즈는 서서히 초점을 맞추면서

경치의 깊은 배경에 따라 머나먼 창상(滄)을 그려보고

생긋이 웃는 한 찰나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는 정경을 마음속깊이 새겨넣는다

 

 

 

혼                           

 

해빛아래

아득하게 보이는

먼산은 흰색으로 찬연하다

 

푸르른 하늘아래

성스러운 광환속에

 

천년의 적설은 흰빛으로 눈부시다

 

반만년의 고로한 전설이

반만년 한개 민족의 정신이

고스란이 하아얀 빛으로 번뜩인다

 

원시림속의 봇나무숲

수많은 인간속의 백의민족

티없이 깨끗한 흰색에 자아를 알게된다

 

봄날의 아지랑이와 여름날의 안개속에서

그리고 가을의 찬비와 겨울의 칼바람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느껴본다  

 

 

 

 

金學泉간력

    중국 연변작가협회 주석 역임. 한글과 중문 시집 <봇나무숲 情結> 등 다수 출판. 제4기, 제7기 중국소수민족문학상 수상. 제 4기 한국 한민족글마당문학상 수상. 현임 중국작가협회소수민족문학위원회 위원, 중국시가학회 이사. 중국길림성연길시 거주.   메일:hakchen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