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에 대하여
                  


내게는 무척 겸손한 언니가 있지

저를 낮추다 못해 땅으로 기어드는 시선,
허리는 늘어진 ㄱ 자로 큰 키를 줄여
납작 엎드린 자세, 그것은 바람의 각도를
영리하게 계산한 그녀만의 자생법

그 언니,
소주 한 잔에 벌게진 얼굴로
세상의 부비트랩에
걸리지 않는 법을 특강한다네

' 상대가 뻗은 촉수에 걸리면 안 돼
욕심을 숨겨
무릎을 접고 자세를 낮춰
밖이 시끄러울 땐 귀를 막아
낮은 포복으로 절대 고개 들지 마 '

겸손한 그 언니
하늘 찌를 듯 높아가는 칭송에
승승장구 고고행진,
갈수록 부푸는 겸손은
두둥실 애드벌룬을 타고
모가지 뻣뻣한 족속들은
그새 하나 둘 부비트랩 속으로 사라지지

나?
무릎은 접었어
특강을 들어도 낮은 포복은 어려워

거품을 들키지 않고
경계를 달린다는 건, 늘 어려워










 미래의 시인에게 어느 삼류 시인이
                                        


단골 커피점 주인집 딸
다섯 살짜리 계집아이 은서는
고 사슴 같은 눈을 반짝이며
시인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삼류 시인을 보면서도 꿈을 꾼다니
넙죽 절이라도 해야지 않은가

사과통 만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 꽃과 별만 보면서 시를 쓰거라..' 중얼거리다
방금 쓰다 만 죽음, 이별, 상처 따위를
얼른 주머니에 구겨 넣고 커피점을 나섰다

지랄맞게 바람은 불어 대고
아름다운 시인 하나가 유리창 안에
말갛게 앉아, 서걱대는 모래사막의
어둠 속으로 밀려가는 썩어빠진
시인 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아주 잠시 버티고 서서
겨우 찾아낸 별 하나를
보란 듯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선정/황금찬시맥회 문학광장 신인상
황금찬시맥회 문학광장 정회원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별상
한양예술대전 시화분과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