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

 

다문화체험 행사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어색해서

고향이 어디세요? 물었다.

가시가 되었다면 미안하다.

 

미국 살았죠.

유포르비아 마르기나타였어요.

설악초라고 이름을 바꾸었죠.

 

남편 따라 왔어요.

결혼하고, 나는 한국 사람이에요.

간이 귀화절차를 밟았어요.

근데 자꾸 외국 사람이라고 해서

이름도 바꾸었어요.

 

푸른 잎에 보이는 하얀 꽃잎은 실은 꽃잎이 아니란다.

산수국을 닮은 그녀는 내가 모르는 웃음을 짓는다.

 

창씨개명 안하면 국물도 없던 때에

내가 안켄고준 쯤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해서

일인들이 자기네 편으로 받아 들였을리없는 편 가르기를

지금껏 하고 있는 나는,

혹은 우리랍시고 선을 그어놓고 우리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선 밖에 선

유포르비아 마르기나타씨.

 

 

은행 민원

 

 

구린내 난다고

오십 년 넘은 나무라도

베어달라고 떼를 쓴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차, 나오는 방귀를 참느라

식겁 먹었다.

나도 이제 정년이 다 되었으니

배 속에 똥 들었다고 베어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