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의 애가 (낙화암에서)


무엇을 망각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이다
잊힌 세월이 그렇고
스러져간 곧은 절개가 그렇다
초저녁 푸른 강을
붉게 물들였던 저녁놀
목청 높여 울어 젖히던
소쩍새의 눈물
밤 뻐꾸기의 구슬픈 울음이
시퍼런 강을 따라 점멸하듯
망각의 피리를 불면

문득 저 잊혀져 간
슬프디슬픈 심연 속
핏빛 고독 끌어안고 뒹굴던
자맥질로 퍼 올린 슬픔의 넋
그 날의 한 맺힌 어느 한 생의 통곡이
무작정 상경하여 하루의 끝에 머무는
찬란한 노을 빛 되어
애련의 전설 바위에 무릅꿇고
절멸한 세월의 기억을 거슬러
하염없이 흐느끼고 흐느껴 운다

세월을 덮고 누운
여물지 않고 떠도는 잿빛 영혼의 숨결
바람이 처처로 이 부는
어느 가을 한 날
지워지지 않는 세월 속을 걸어와
축축하게 젖어오는
응축된 감정선을 되새김질하면

다시 또 슬프도록 명명한
망각의 피리를 불어 젖히는
푸른강물 출렁일 별리의 애가였을
그 기억 속으로




역리 


계절을 망각한 겨울비가
추적추적 가을비 소리를 내는 날
윙윙 우는 바람 소리 젖히고
먼지낀 망막을 씻듯
딩동 날아온 잘 지내냐는 멍한 여운의 메시지

순간  쿵 내려앉는 심장
무한 반복의 작동으로 심장의 펌프질은
압력을 가하고 주체할 수 없는 박동수에
밤잠을 강탈당하는 가여운 심로였다

검게 색칠한 부재중의 푯말에도
고조되고 격양된 목소리로
연신 깍깍 반갑다를 외치는 까치

붉은 정맥주사를 주입한
펄펄 살아 뛰는 맥박 제치고
사계절 요람에 들지 않는
파릇히 곧추세운 상록수 이파리 보쌈
강한 생명력 과시하며 존재의 위력 주입하느라 버거웠던 하룻길의 고단함

놓지 못한 미련이었을까
차곡차곡 절인 애증
깍깍 소리치는 까치소리에
우듬지 떠나지 못한 새 마냥
접어둔 기억 펼치며 답신하는
이 기막힌 숨가쁜 웃음소리

어쩌면 퍽퍽한 세월
무뎌진 가슴 간지럽히는 딸랑이 소리일지도
현기증 나는 어지러운 세상
잠시나마 신선한 산소 흡입하는
청량제 일지도 모르는 일

차라리 이쯤에서
가출한 세월의 기억 불러들여
서리태 넣어 정성껏 지은 따끈한 밥
하얀 생선 살 발라 배 불리 먹이고픈
포근한 인정 하나 뽑아 들자
거역할 수 없는 인연의 고리
반가운 까치의 울음처럼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