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한 보시기 그늘을 손 모아 드립니다

한 접시 매미소리 소매에 넣으시고

소낙비 한 사발 뜨니 마른 목을 축이십시오

폭염의 여름 지나 가을 문에 섭니다

주어도 받아도 주고 받음 잊어버리니

합장한 두 손 가득히 바람소리 지나갑니다





고장 난 길  



무릎뼈가 고장나 수술했다던 친구
병상에 누워서도 추석 걱정을 한다
한 번쯤 성묘만 가도 되지 않으냐 해도
환자일 땐 다 잊어버려라 해도
삼십 년 넘게 차려온 제상이며 차례상
외며느리라서 오로지 제 몫의 책임이란다
산 조상이 죽을 판인데 죽은 조상 대수더냐고
막나가는 이야기를 해보아도 들리지 않는 눈치
아들 조상만 있고 딸의 조상은 없는 이 땅은
딸 같다 해도 며느리는 여벌일 뿐인데
딸이 되려 애쓰지 마라, 스스로를 가두지 마라
외어도 보았지만 헛염불이다
병원에 누워서도 제사상 걱정을 하는
그렇게 길을 들이고 길이 든 길



신순말:  상주들문학 회원.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시집 [단단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