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불일암,

 

무소유길을 걷는다.

 

후박나무 그늘 아래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법정의 뒤안길

 

푸르른 하늘은 푸르른 하늘을 쏟아내고

 

뭉게구름은 뭉게구름을 따라 돌아가지.

 

순연의 초록은 흐드러지는 초록으로 남아

 

느릿,

 

느릿 바람도 뒤짐 지고 걷는

 

불일암.






첫사랑

 

 

지나간 것들은 모두

 

추억이라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앉아

 

가을볕 드나드는 담벼락에 기대 앉아

 

발장난을 했다

 

어젯밤

 

우리 집 옥상에 잘못 착지한 UFO

 

한동안 담벼락에 서서 그랬다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했던 그도 그랬다

 

외로움에 갇힌 나도 그랬다

 

제 안으로 길을 내고 지나간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워했다

 

경계를 만든 신의 오해처럼

 

외로운 우리 모두는 그랬다.



전북 남원출생. 1991<시와 의식> 여름호에 <, 여자>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