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붉은 금빛가루 날리네요

 

 

 

당신의 세계에 붉은

쇳가루 반짝이는 구월

구절초 피는 길을 나는 걸어가요

고단한 꽃을 쇳가루로 당신이 빚어내는

동안 나는 노래를 부른답니다

제철소 당신 귓가로 흘러들어 졸음에 겨운

밤 시간을 당신의 귀를 밝힐 노래를 불러요

길고 지루한 터널을 천천히 쇳가루 붉게

반짝이는 당신 가슴을 씻을 노래를 불러요

이 길에는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어둔 저녁 길을 훑고 있네요

 

해오라기

홀로 눈부신 하얀 날게 퍼득이며

바다 위를 날고 있어요 도대체

어디서 날아왔을까요

헤매다가 하늘 길을 잃어버린 걸까요

방랑하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놓친 걸꺼요

작은 바위에 내려앉아 물끄러미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네요

어찌하여 이 바다로 흘러왔는지

왔던 길을 추적하는 중일까요

 

갈매기 한 마리 낯선 하얀 새 곁에

조심스레 고개 주억거리며 날개 접고

앉아 있네요

검게 물들어가는 밤바다

해오라기 날개 쫘악 펴고 비상하는 군요

달빛 타고 흰 날개 더 부시게 빛내며

다시 방랑길 떠나가네요

고되고 외로운 길 나아가네요

 

 

햇살이 당신 얼굴에 나리네요 금빛가루

흩날리는 당신은 이제 낮에 잠드는군요

환한 낮이 당신을 위해

깜깜한 밤이 되어줘야 하는군요

두꺼운 검정커튼을 파도처럼 드리우고 숙면의

안대를 하고서 깜깜한 밤을 대낮에 호출하는군요

해오라기 날개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꿈을 호출하는군요

 

 

 

 가을, 그냥 있으라

 

저기 흩날리는 잎들

허공에 온몸으로 문장을 써대고

기억을 앞질러 흘러가는 시간의 바퀴

허물어져 구름을 닮아간다

 

물결을 동경하던 발과 손이

멈추지 않고 바람의 깃을 따라

풀렁거려온 동안

 

바람을 거부하지 않고

바람에 닳아

파도에 저항하지 않고

짜디짜게 젖어

 

잠시 머무는

머뭇거리는

가을

 

놓쳐버리는 물결

희미해져가는 파도의 하얀 포말

부스러기들

점점이

바람을 삼킨다

 

 

 

권순자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우목횟집』,『검은 늪』,『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등이 있고, Mother's Dawn(『검은 늪』의 영역시집)이 있음.